578돌 한글날을 맞으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여기저기 글을 보내랴 확인하랴 왼종일 컴퓨터, 핸드폰과 씨름을 했다. 소나기에 물이 불어나 우당탕 흘러 내린 후 휑한 계곡처럼 텅~빈 맘이 든다.
예전엔 종이 위에 펜으로 글을 쓰려면 손마디와 어깨가 저릿저릿 했건만 이즘엔 컴퓨터 자판위에 손가락을 다다닥거리면 A4용지 몇장 정도 분량은 쉽게 정리할 수 있다. 곧 입말로 글을 만드는 일도 곁에 다가설 모양이다. 음식점에 들러 말로 명령해 로봇이 배달 서비스도 하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 편리함은 문자체계의 발달인게다.
내일은 578돌 한글날이다. 훈민정음 예찬론자인 까닭에 생성원리는 물론 발달과정과 진화되어갈 방향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태평양은 차치하고 한강다리 왕복도 년중 행사로 듬성듬성인데 필자의 얘기가 그리 큰 울림이 있을까만서도 거의 매일 산문을 쓰는 터라 한글 우수성을 체험하는 셈이다. 소리말 문자로서 인간의 소통에 그만이다 싶다. 세계적 석학들이나 유명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말 한글이 머지않아 세계 공용어가 될게다.
어느 가수가 부른 “아 테스형! 사는게 왜 이리 힘들어”
그 힘들 때 절로 나는 한숨과 소리말도 글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자다. 어디 이것 뿐이랴? 허리잡고 한바탕 웃음짓는 소리 중 한소리가 ‘푸하하’로 쓸지니 한글은 참 묘한 문자다. 글말따라 움직이는 모양새도 따르니 현재 문자인식의 패러다임을 퀀텀점프 할 수 있는 시대통찰의 한 지렛대일 수 있겠다.
<훈민정음>을 만든 분, 500년간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관해 온 가문, 모두 한글날을 맞이해 기억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소통할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소리문자가 바로 한글로 진화했다.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이 5대 국경일이다. 태극기 달고 경축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