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2 (화)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89(10월 14일)

야시장에서

 

야시장에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내에 야시장이 열렸다. 며칠전부터 관리사무소에서 야외주차를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라는 방송과 함께 엘리베이터내에도 알림지가 붙었다.

 

아파트단지를 순회하는 장터라 입주자 대표회에서 협의된 사안인지 장터운영이 원만하다. 각설이 타령이 있다는 귀 울림에 이사온지 3달여 지나 이웃과 얼굴 인사라도 할겸, 저녁후 불빛이 모인 장터에 나섰다.

 

거주동의 현관 앞에 입체영화체험관을 시작으로 다람쥐그네, 인형맞추기, 아이스크림코너, 핫도그, 치킨코너, 호떡, 음식장터, 악기와 출연자들이 사용할 소품이 놓인 무대, …, 등 정문까지 텐트가 늘어서 나름 간이 장터답다. 재잘되며 이리저리 몰려오가는 아이들이 야시장터의 멋에 한웅큼 보탠다 싶다.

 

호객을 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품바의 각설이 타령일게다. 신나는 몸놀림에 궁채와 열채가 어울린 가락이 모여든 사람들의 눈길을 도리도리해 절로 어깨가 들썩이며, 품바의 시대를 꿰는 걸진 퓨전 입말과 구수한 노랫말은 소화제려니 너나 나도 귀를 쫑긋하게 된다.

 

“어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저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오랜만에 그맛을 귀에 담으려 앉았는데 “그님은 오지 않고” 주욱 늘어선 텐트내 탁자위 메뉴판에 먹거리가 호출을 재촉한다.

 

투수 해물파전, 포수 돼지껍데기, 1루수 닭발, 2루수 곱창볶음, 3루수 순대, 좌익수 잔치국수, 중견수 두부김치, 우익수 돼지족발, 지명타자 동동주, 대주자 막걸리 등 포장마차에 의례히 등장하는 먹거리들로 마치 야구감독의 지시를 기다리며 운동장에 나설 선수들 같다. 불현듯 청춘시절의 서너번 홈을 밟겠다던 열정이 그리워라.

 

잔치국수 후루룩에다 해물파전을 두고 불빛아래 후배와 마주 앉아 한담을 하다보니 “그사람은 오지 않고 시간이 8시 넘어 9시로 간다”. 밤이 깊어간다.

건강한 “내일 또 내일”을 맞으려 일어나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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