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지천 천변기행10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코스모스 피는 길> 첫 소절이다.
오전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와 제1회화성영화제 준비하느라 그간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겸 오후나절 들길로 나섰다. 탁트인 전망에 맘이 절로 환하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가을길이다. 토끼꼬리 만큼 짧은 햇볕이라 평생지기 멋진 포즈를 연실 폰에 담는다. 실바람에 하양, 빨강, … 서너색이 어울려 길가에 한들한들하다.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신의 조화려나? 꽃잎 중심부에 여린 빨강색이 그 밖으로 하얀색감이 꽃잎새를 물들였다. 대칭과 배열의 질서가 정연하니 우주의 섭리인가보다. 화산동 사회단체가 가꾼 코스모스길, 자주 이 길을 걷는 까닭에 여러분의 정성에 감사드린다.
누구를 기다리나? 조그마한 보랏빛 나팔꽃, 애기똥풀 노란꽃들이 풀섶에 빼꼼히 내밀어 있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가을 천변길에 하양 망초꽃과 둥근잎유홍초의 분홍꽃들도 군데군데 피어있어 산책을 마중하는 친구들이다. 장다리 억새와 갈대는 사내 마음을 아는지 바람결에 늘씬한 제몸을 흔들며 다정한 눈길을 끌어간다.
휘익 휘익 자전거들이 곁으로 지나간다. 주변 갈풍경을 두바퀴로 굴려가며 멀어지는 뒷 모양이 참 고요하다. 가시박 덩굴로 온통 뒤덮인 나무는 마치 푸른 털복숭이 고릴라 모습이다. 오후 늦은 햇살속에 벌들이 겨울나기를 위해 분주하다. 둑방 아래 백로 한마리는 인기척에 나래를 펼쳐 저멀리로 날아간다. 점점이 멀어져 가는 하늘 높이 날어가는 두마리 기러기에 어울린 마음길도 깊어간다. 이 가을 어디로든 가야하나?
꽤나 멀리 걸어왔다. 황구지천변 둑방길에 왕복으로 ‘명심십리’ 산책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