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마라톤대회에 다녀오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오늘은 어디로 가요? 또 달리나요?
돈키: 그래. 마라톤 삼총사와 상주로 간다네.
상주는 옛 통일신라 9주 5소경 중 하나였고,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가 활동하던 곳이지.
호새: 역사 깊은 도시였군요. 상주는 또 뭐가 유명하죠?
돈키: 곶감이지.
“울던 아이도 달랜다”는 그 달고 말랑한 곶감.
설사와 감기에도 좋고, 피로회복에도 일품이야.
이왕 온 김에 곶감 한 박스는 챙겨야지.
호새: 운동장은 어땠어요?
돈키: 늦게 도착했더니 전마협 사람들이
무대 세우고 텐트 치느라 분주했다네.
그리고 말이야…
조명탑 뒤로 뜬 달이 참 크더군.
고향 뒷동산에서 달맞이하던 느낌이었어.
호새: 그 밤, 좋았겠다…
돈키: 다음날 아침, 출발 지점은 벌써 북적대고
7천 명이 모였으니 주차가 더 힘들더라.
몸풀기는 황영조 선수 따라 하고,
사회자 신호에 따라 풀·하프·10km·5km
4족 로봇까지 함께 출발하니 장관이었지.
호새: 로봇도 뛰었어요? 세상이 참 빨라졌네요.
돈키: 점심 후 자전거박물관도 들렀지.
그곳에 송선생의 해설이 아주 인상적이었어.
“문명은 문자와 바퀴가 바꾼 것이다.”
250년 자전거의 발달사와
그 속에 깃든 사람들의 땀과 의지가
가슴에 와 닿더군.
호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 인생처럼?
돈키: 그렇지.
자전거는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만 가야 한다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호새: 귀가길은요?
돈키: CASE IH 농기계 전시장, 곶감 유통센터에 들러
상주 자랑거리를 물어보니
공기 좋고, 낙동강 물길 좋고, 곶감 맛 좋고,
자전거박물관 좋고, 다음엔 경천대도 가보라더군.
호새: 그럼 결론은?
돈키: 상주는 달리면 마음이 환해지고,
굴러가면 웃음이 난다네.
그러니 이렇게 외치지.
돈키 & 호새 (합창):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상주 곶감 나갑니다! 따르르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