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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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소나타47>-강원도

산따라 물따라


산따라 물따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산과 물이 어우러진 강원도, 드디어 발길을 들이네요. 태백의 정기와 동해의 바람이 만나는 땅, 오래된 역사와 깊은 자연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죠.

돈키: 사람들이 괜히 강원도를 찾는 게 아니야. 한 걸음 내디디면 저마다 사연과 기대가 스며들거든.

호새: 태백산, 오죽헌, 경포대, 정동진, 모래시계, 통일공원, 정선 아리랑, 영월 김삿갓 문학관…. 여러 곳을 들러야 겠어요. 아득한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산마루에서 바다까지 시공간과 정신문화를 쓰윽 훑어보죠.
돈키: 강원도가 뭐 씨나락이야? 훑어 보게! 짧은 소풍이지만 배울 게 많을 거야.

호새: 친구분이 알려준 장소에도 들릴 거예요?
돈키: 글쎄, 다 보려면 두어 달 머물러도 어려울 거야. 역사문화는 그곳에 살아온 분들과 어우러진 오랜 퇴적물이니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가 뭘 알겠어? 웅덩이에 물장구치는 격이지. 긴 호흡으로 정리해야 할거야.

호새: 친구분이 추천한 심곡 매운탕, 멍친가요 망친가요? 무지 맛있다네요.
돈키: 홍당무만 좋아하는 게 아니네. 그래, 맛이 일품이라네. 왜? 화성에 분점 내려고?

호새: 그럼요. 저도 입·귀 다 달렸거든요. 거 왜 ‘스위치백’ 한다는 옛 영동선, 태백선도 볼만하지 않아요? 어부가 낚은 북한 잠수함과 통일공원에 이승만 대통령 전용 비행기도 있대요. 근데 그 친구분, 강릉 토박이라 그런지 고향 자부심이 정말 대단한가봐요?

돈키: 그래, ‘강릉의 서동진’ 멋진 동기야. 해안 철조망이 거두어져 낚시꾼이 몰려드니 환경오염을 걱정하더군. 강원도에 큰 병원이 없어 대관령 오르다 강원도민이 굴러 죽으니 강릉에 큰 병원 지어 달라”고 정주영 회장에게 편지도 썼다고 해.

호새: 아, 그처럼 여러분의 바람과 정성이 모여 강릉에 아산병원이 들어선 거군요.
돈키: 큰 사람은 크게 생각하고 크게 베푸는 법이야.
듣자니 강원도 해변에 위치한 초등학교에는 학생 수가 적으니 도심 학교와 교환수업 하면 어떨까 해. 바다와 도시생활을 서로 이해하면 바른 인성형성과 지능발달에도 도움이 될 것 같거든."

호새:그러게요. 이제 강릉은 바닷길, 하늘길, 땅길(영동·동해안 고속도로, 국도), 철길(KTX, 국철)까지 온갖 길이 닿아 크게 변하고 있대요.
길이 참 많다네요. “올 땐 힘들어 울고 갈 땐 정들어 울고간다”는 대관령 고개길도 있고, 해변부채길, 모래시계 뒷편 연인들의 발길도 있다네요."

돈키: 그것만 있겠어?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이 여류시인 허난설헌도 있고, 맛난 초당순두부에다 유네스코 등재된 ‘단오제’도 있고. 또 송강의 ‘관동별곡’에 나온 명소들, 특히 평창올림픽의 일부 종목이 강릉에서 열렸거든. 88서울올림픽에 이어 강원도가 세계무대에 뜬 거야. 잘 활용해야지.

호새: 예나 지금이나 남의 것 빼앗는 건 나쁜 거죠?
돈키: 뜬금없이 또 뭔 소리야?
호새: 영월에 단종의 장릉이 있잖아요. 그렇게 왕릉을 복원해 기리는 걸 보면, 예전 행위가 잘못됐다는 얘기 아닌가요?
돈키: 글쎄, 학술적으로 살펴야겠지.

호새: 또 하늘에 눈·귀가 있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돈키: 뭔 그리 생각이 많노?

호새: 영월, 정선의 한반도지형 말이에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란 헌법 제3조에 명시된 축소모형 말이에요. 온국민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를 부르니까  하늘이 보고 듣고 그리 만들어 놓았을 거예요.

돈키: 네 말처럼 우리의 바램이니, 한 세대만 더 흐르면 자연스레 통일이 될 거야. 서두를 건 없어.

호새: 오색약수 마시고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松松栢栢岩岩廻 水水山山處處奇’라 난고 선생이 읊었나보죠? 우리도<그리운 금강산>을 부를 수 있겠죠? 아님, 인심 좋고 공기 맑고 물 맑은 <강릉 가는 배>를 타 볼까요?
돈키: 아니야. <메밀꽃 필 무렵>의 달밤에 물레방앗간 방아찧기는 어떻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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