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2 (토)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322(12월21일)

황구지천변기행12

 

황구지천변기행12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물리학 강의에 꽤나 귀기울인 탓에 나름 흥미골을 이뤄‘ 초끈이론’ 주위에 맴맴이다. 일상의 번잡스런 생각을 벗어나는데는 그만이라 챙겨들어 흩날리는 눈발속에 천변 산책길에 나섰다.

 

매번 독산을 전망으로 황구지천을 왼편에 두고 걸었으나 오늘은 반대방향의 수원비행장 지단의 상류로 향한다. 송산교를 지나서 작현(까치고개)마을 앞 둑방길을 걸어가니 하수종말처리장에서 흘러내린 허연 포말이 조용한 물흐름을 흐트린다. 조금 떨어진 모래톱에 물오리떼의 쑥덕공론이다. 여느 때와 다른 물 색깔과 짙은 냄새란다. 아예 둑방비탈에 나선 녀석들도 있다. 다가가는 발길에 퍼드득 천내 놀이터로 날아들간다.

 

왼편 둑방아래길 한켠에 덤프트럭들이 점잔하게 늘어서서 출장을 대기중이다. 황계교에 이르러 발길을 돌려서니 용주사 방면 언덕에 (주)한국에스비 식품과 엔젤악기(주)가 자리잡아 있고 인근 곁에 신현대아파트단지가 눈길에 든다. 300여보를 더해 존슨동산으로 올랐다.

 

나지막한 동산이다. 6.25전쟁 참전용사, 무공수훈자, 월남참전용사들을 기린 기념비와 추모탑이 건립된 추모공원이다. 무공수훈자회가 마련한 조화가 추모탑 앞단에 찬바람을 맞고 있다. 잠시 추모의 시간이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전우여 들리는가…보이는가 한맺힌 눈동자”.

 

평생지기와 함께 팔각정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1967년말 미36대 대통령이 다녀가 불리우는 존슨동산이다. 3키로 떨어진 곳에 오산시 소재 유엔참전비, 수원시에 프랑스참전비, 용인시에 튀르키예(터어키)참전비들에 스민 가치를 ‘끈’으로 묶는다. ‘자유’인게다. 귀가길에 ‘자유’가치를 수호한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새긴 대한의 태극기가 게양대에 ‘자유’로이 펄럭인다.

 

팥죽을 들며 어린시절을 추억한다. 즐거운 동짓날의 상상이다. 자연계의 4대에너지,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묶어낼 위대할 초끈이론을 대신해 화력이 다른 땔감을 묶던 새끼끈이 생각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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