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린 수채화> 출판기념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산수’에 이른 인생길 소회를 담은 시집출판회다. 부르시던 <숨어 우는 바람소리>는 심상에 그린 늦가을의 멋이요 열두 자락 수채화는 시인의 ‘인생소나타’란 생각이다.
무엇을 그리셨을까?
이른 아침 시인의 시집을 펼치니 아버지 밀짚모자, 엄마의 솜 이불, 지게, 진달래, 찔레꽃, 복순 언니, 벌새, 매미, 우물, ...자락마다 어린시절 동네 정경이 눈에 선하다. 유초시댁 딸이 긴머리 나풀대며 징검다리 뛰어건너나도 싶다.
또 한자락 펼치니 오월 봄바람에 잊지못할 연가려나! 휘날리는 연분홍 치마에 시도 때도 없이 민들레 홀씨 날아든 청춘시절의 숨은 그림이다. ‘님과 함께’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밤하늘 빛나는 영원을 약속하며 반짝이는 두 별을 바라보시더이다.
파란 가을 하늘에 흰구름만 흘러가네. 그 사람 이름을 불러볼까?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어리는 그 얼굴, “우리의 만남이 인연이었다면 그 인연 또 한 번 너였으면 좋겠어”.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났으면 “긴 밤 한 허리 베어내 서리서리” 쟁여 다시 만날 봄날에 “구비구비 펴보련만”. 노랫말처럼 짙은 물감으로 채색된 고독이 페지마다 물씬 묻어난다. 이 늦가을, 출판한 시인의 <다시 그린 수채화>는 우리네 자화상인게다.
시인이 머무른 고독에 다정한 감상을 위해 <문학과 비평>이 주관하고 시인의 자녀, 손주, 형제들이 정성을 들인 탓인지 훈훈한 분위기다. 친지, 문인, 헬스동료들이 어울려 ‘숨어 우는’ 유향식 시인님의 강녕과 건필을 소원한 환한 기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