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문화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아침나절 아내와 팔탄 지인의 집에 들르니 몇 가족이 모여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는 날이란다. 절인 배추를 ‘김장대’로 나르는 가장들의 발걸음에 부인들이 재재바른 손놀림에 갈색 김치통이 하나 둘 착착 쌓여간다.
외신기자(?)로 분해 얼크러 설크러진 말가닥을 이어 입말로 시간을 보채며 주부들에게 ‘김장 소감을 물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는 느낌”이란다. “누군가 맛나게 먹을 거란 생각에 기쁨”이 있단다. 한편으론 “시어머니 말씀에 긴장하는 날”이며 “친정 엄마의 교육방식과 자녀에 대한 생각”도 머문단다. 저마다 가슴속에 갈무리한 배추속 같은 이야기에 공감이다. 새김하니 내 동네 이야기요 어릴 때 내 어머니 모습일게다.
내겐 앞밭에서 어머니가 다듬은 배추 무를 우물가로 나르고, 어둠이 짙은 방에서 채칼에 무를 썰며 씩씩거리던 기억이다. 절인 배추를 드럼통에서 꺼내시던 부모님, 이제 싸놓은 갈색 김치통에 담긴 김장날의 희미한 ‘갈색 추억’이 된다 싶다.
어디 김장양념 레시피만 전해오랴! 어머니 손맛에다 야단스런 짜라락~ 토크쇼 마저도 전해오니 이 모두 김장문화인게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된 값진 문화인게다. 배추, 무, 소금, 고춧가루, 파, 멸치젓, 새우젓, 파, 마늘, …,등이 제맛으로 얼크러 설크러져 한동안 숙성돼야 하는 김장이니 마치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어울려 개성대로 살아가는 우리네 세상살이란 생각이다.
오늘 같은 날, 절은 배추에 벌겋게 버무린 양념을 문대며 세상 흉도 봐야 얼얼하니 맛이 나는게다. 이리저리 버무린 겉저리에 밥 한그릇 뚝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