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2 (토)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301(11월 2일)

황구지천변 기행11

 

황구지천변 기행11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여보, 점심먹고 산책가자” 마트를 다녀온 아내의 목소리다. 경기펜문학회, 안동시제, 지인 결혼식 나들이를 접고 거실에 들은 갈햇볕도 모른 채 자판을 두드리는 나를 부추기며 한 망태기 그득히 담아온 햇살기운을 건넨다.

 

아파트 인근 천변을 벗어나 정남면 괘랑리 초입에서 용수교까지 2키로 내외 거리의 산보다. 탁트인 전망에 눈길 발길이 산뜻하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모래톱이 널찍하니 물길도 순하다. 웃통을 벗은 채 땀을 흘리며 한 청년이 둑방길을 달려나간다. 뒤를 이어 자녀 둘이 좌우로 엉덩이를 씰룩이며 열심히 페달을 밟아 앞선 아버지 자전거를 쫓아가는 녀석들 뒷모습이 귀여워 꽃송이 다섯개를 그려줘야겠다.

 

오산시 지단의 삼미천과 보통리 저수지에서 흘러내린 물길이 황구지천에 들어 하폭을 넓히며 흐른다. 화물차, 버스, 승용차, 오토바이들이 수원-오산, 봉담-동탄, 정남-오산간의 도로위를 제모습에 어울린 제소리 내며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 시간쯤 걸었을까? 천변에 조성한 제법 넓은 체육공원에 다다랐다.

 

비스킷, 커피, 귤이 꿀맛이다. 벤치에 앉아 양말을 벗고, 원시적 감각을 깨우느라 맨발로 흙살이 단단한 운동장을 걷는다. 햇살아래 자연인과 야생 자연과의 침묵의 대화…, 저멀리 독산성 성곽길이 산허리를 동여 매었다. 코앞 수풀, 바람결에 흔들리는 순정의 억새와 한컷하는 가을소풍, 건너편에 늘어선 연두빛 버들잎이 햇살에 빛난다. 까치는 조명탑 걸대에 앉아 자연인을 경계하고 직박구리 두 마리가 포르르 나르며 허공으로 눈길을 끌어간다.

 

이내 스러질 가을햇살이 아쉬워라. “冬至ᄉ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 “춘풍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는 시인이 있다던가? “어얼씨구 저절씨구 너를 안고 내가 내가 돌아간다 너를 두고 간다 갈햇살 너를 두고”. 한 허리 베어 내 내맘 아리아리한 날에 구뷔구뷔 펴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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