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 (금)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300(10월 31일)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뒤이을 구절은 “시월의 마지막 밤”이다. 이용이 부른 <잊혀진 계절>의 노랫말로 가을을 품은 서정성이 뛰어나 오늘밤에 누군가는 눈 감은 채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지난 세월을 사릴게다.

 

소실점의 꾸깃한 기억이 살아나 창가로 다가오더니 이내 저멀리 들판을 가르며 흐르는 천변둑방길에 하나 둘 눕는다. 어찌 청춘시절의 추억뿐이랴! <잊혀진 계절>의 ‘10월의 마지막 밤’ 구절이 살아온 세월을 점젆게 대신해주니 그대와 나에게 참 좋은 노래인거다.

 

<잊혀진 계절>의 키워드는 꿈이다. 꿈꾸는 사람은 행복하단다. “늦은 밤 창가에 앉아 꺼져가는 불빛을 바라보던” 콧수염 가수도,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프다던” 파마머리 가수도 한껏 목청을 돋웠으니 꿈을 꾸었던거다. 그 젊음의 울림으로 내 안에 나를 만나게 되어 오늘밤이 참 고운 시간이다.

 

돌려 앉아 벽에 걸린 사진액자 속에 젊은 내게로 눈길이다. 곁에 초롱한 눈망울의 네살박이 딸, 아내, 일곱살 아들녀석이 참 다정하다. 긴 시간 나를 태우던 환한 꿈인 게다. 그래, 열심히 살았네 자찬하려니까 눈이 시리다. 가슴이 먹먹하다. 늘 ‘시’공부를 깨우시던 선생님의 시집을 꺼내든다.

 

<적요>

 

내 희비의 은밀한 부호를 땅속에 묻었으니

언젠가 안보이게 싹이 날거야

적요의 꽃으로 피어나서

누군가의 적요와 문득 만날게야

 

멀리가는 메아리와 먼 데서 온 메아리

그런 건수들의 어느 순서에선가 태어나서

만상안에서 제일로 겸허한 그 어른 적요

 

………………김남조 시집, <심장이 아프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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