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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77(9월 17일)

 

때가 왔습니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후나절 발안에서 상경길이 벌써 체증이다. 여름 더위에 늘어진 탓에 추석을 빌어 충주호 인근의 처가행이다. 며칠간 분주한 발길이 멎자 누적된 피로에 눈이 스르르 잠겨 주변풍경은 귀가길에나 즐겨야겠다. (휘리릭)

“여보, 일어나요 다왔어요” 아내가 깨우니 처가집 마당이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안에 들어 챙겨둔 정담을 나눈 얼마 후, TV방송엔 <2024년 추석 씨름대회 한라장사 결승전> 중계가 한창이다.

추석 명절엔 역시 씨름대회가 제멋이다. 젊은 선수들의 우람한 체격과 멋진 기술에 체육관에 모인 관중들의 탄성이다. 으랏차차~, 모래판 위에 두 사내의 젊음이 불꽃을 튕겨, 아슬한 순간엔 절로 주먹이 쥐어지니, 듬직한 그들 모습에 내 젊은 날도 절로 추억한다.

너도 나도 뛰고, 걷고 뒹굴며 보낸 절은 날이겠다. 

설악산 대청봉, 한라산 백록담에서 야호~

강릉바다에서 수평선을 향해 야호 야호~했던가!

중복더위에 도보로 한반도 종.횡단의 열정도 있었다.

화살처럼 흘러간 그 세월에 젊음을 맘껏 튕겼었다.

어느 여가수의 탱탱한 젊음도 생각난다. 당시 세인의 눈길을 사로잡던 제3한강교를 냅따 흔들어 “젊음은 피어나는 꽃처럼” 하! 하! 통통대며 세상을 맴돌다 강물처럼 흘러간 가수다.

저녁 후, 선선하여 가족들과 집앞 뜰에 나섰다. 두둥실 보름달이 충주호 인근 산자락 위에 떳다. 이태백이도 놀고 우리네 부모님도 놀던 달이렸다.

유난히 아이 눈망울처럼 땡그랗다. “달 달 무슨 달”

까만 눈망울이 환히 채색된 보름달이다. 

숨을 죽인 채 드러누운 산등성이들이 사방에 고요히 누워있다. 적막한 어둠이다. 풀벌레소리 그득한 뜰에 환한 달빛이다. 자동차 한대가 미라실펜션 쪽에서 동량면소재지 쪽으로 적막을 가르며 달려지난다.

달님이시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너무 더웠습니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생애 남은 시간들을 유용하게 하시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두손 모아 당신에게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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