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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75(9월 13일)

중추절

 

중추절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저녁나절 비가 내린다. 계절 가을이다. 비까지 더하니 젖어든 맘 쟁반에 추억들이 또르르 또르르 구슬처럼 구른다. 가을비가 선물한 창가에 단상이다. 팔장을 낀 가을비, 여름 장대비와는 달리 싸늘히 가슴에 파고들어 나름 홀로 맞는 고요한 시간이다.

 

가을날의 고독을 노래한, 70년대 후반 거리를 휩쓸던 <오동잎>이 생각난다. 대동강물 팔아잡순 봉이 김선달 후예답게 오동잎을 팔아 인기차트 상위에 오른 가수가 생각난다. 그가 노래한 ‘미련때문에 그리운 연인을 “찾아 헤매다 <가을비 우산속> 이슬 맺힌다”는 아련한 추억’도 45년전의 일이다. 허스키한 목소리와 뻗어내지 못한 혀말음이 어울린 그 아쉬움이 마치 내 가슴앓이인 양 청춘들은 <오동잎>을 열심히 불러댔다.

 

며칠 후면 중추절이다. 미뤄둔 이일 저일을 챙기려

농협에 들르니 마트엔 명절맞이 주부들의 밝은 오고 가는 발길이 바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속담이 제값을 하나싶다.

집에 돌아오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는 군대동기 정성으로 자반고등어가 나들이를 왔다. 청춘시절의 소중한 인연 탓에 환한 보름달이 가슴에 둥실 뜬다. 가까운 지인 한분은 연휴를 가족들과 보내고자 바다건너로 출국했다. 뵐 때마다 그분은 우리 명절의 오랜 풍습이 근동 지방에도 전해지고 있어 큰 공부거리라며 필자를 일깨운다. 인류문명사에 끼친 한민족의 뿌리에 대해 생각케 하는 명절이다.

 

어둠속에 제법 굵어진 빗살에 젖어 창가가 흐릿하다. 내다보이는 들판의 곡식들이 이 가을비에 영글어 간다. 찬바람에 살을 비벼대며 내면의 가열찬 생명력을 깨울 게다. 어느 여류시인은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고 노래한다. 줄에 걸친 북어처럼 뻣뻣한 빨래도 대자연의 온기로 마르듯, 우리네 삶의 모습도 진정 그런게다. 때론 세상에 소문의 벽을 타고 변종들이 주변에 종종 출연해서 우주 공간에 신비스런 생명체의 오감과 지각을 지닌 평범한 우리네를 시험하니 참 살맛나는 세상이지 않은가?

 

오가는 발길이 끊어진 거리에 어둠이 한층 짙어간다. 저멀리서 가로등이 세상을 환히 밝히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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