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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58(7월 22일)

황구지천 천변기행2

 

황구지천 천변기행2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그제는 밤의 열기 탓인지, 창밖에 밝은 달빛 탓인지 괜시리 정이 솟아 자정이 지난 시각에도 거실에 앉아 밤의 경치를 감상했다. 시스루 차림새의 달, 그 멋이 생각을 끌었다싶다.

 

어둠에 잠긴 1km여 저멀리에 독산(해발 208m) 산마루에 빛, 점 하나가 온 힘을 다해 존재감을 드러내 밤의 적막감을 더한다. 먹고 사느라 모두가 고단한 도시생활 속에서도 도심과 떨어져 있어 힐링차 낮에 다녀들 가는 곳이다. 깊이 잠든 산의 감상이다. 홀로 빛의 감상이다.

 

불현듯 마을과 1.4마일 떨어진 곳의 숲속 생활을 그린 <월든>도 생각난다. 월든은 데이빗 소로우가 문명사회와 떨어져 최소한의 생활도구(움막, 난로, 의자, 침대)만 갖춘 채 2년여를 보낸 숲이다. 소로우는 그 소박한 산속 생활에서 고독과 자유를 만끽했으니 생명체인 자신을 위한 행복한 삶이었겠다.

 

산 생활에 밤의 적막은 때론 깊은 사유를 맞게 한다. 필자도 한때 반년동안 산속에서 머문 탓에 밤의 고요속에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방에 비쳐든 달빛에 생명체의 오감이 깨인 대자연의 교향악을 경험했다. 내 자신이 우주의 일부란 환희를 맛보았기에 그때 그 감성으로 낮에 닫힌 심신이 트여간다.

 

창문을 열고 밤바람을 맞으니 독산의 솔냄새가 묻어난다. 낮에 본 안녕리 들판의 푸른 빛도 싣고 왔다. 달려드는 호박꽃의 함박 웃음을 두팔 벌려 안아본다. 잠을 잊었나? 잠꼬대인가? 어디선가 구우 꾸욱 비둘기의 제소리다.

소로우가 거닐던 월든 호숫가를 상상하느라 황구지천 둑방길, 안녕뜰, 독산, 양산봉, …등을 오가느라 쉬이 자리를 뜨지 못해 이밤을 새울까 싶다.

이른 아침 재잘거리는 참새소리 들으려면 눈을 붙여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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