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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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57

황구지천변 기행1(24년 7월 14일)

 

황구지천변 기행1(24년 7월 14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화성소나타>를 쓰느라 수원 광교산에서 평택 서해대교까지 걸었던 황구지천 둑방길은 꽤나 정감이 있던 둘레길이다. 이틀전, 그 천변의 아파트로 이사해, 결혼 후 35년 머물던 병점주택에서 떠났으니 필자에겐 대사건인 셈이다.

 

이곳 풍경을 뻥 튀기면 아파트옆 동남편에 한강과 비견할 황구지천이 흘러 서해에 이르며, 남쪽엔 황구지천 건너편에 비로봉과 남한산성에 비견할 양산봉과 독산성이 우뚝하며, 서편에 김제평야에 버금할 너른 안녕뜰, 서북쪽에 유명세 지닌 화산(꽃뫼)에 융.건능과 용주사, 북쪽엔 아파트 맞은편 존슨동산과 충혼탑이 있으니 그야말로 풍광으로 으뜸이겠다.

 

9시 반경 아내와 간편복 차림새로 황구지천변 산책에 나섰다. 잔잔한 물살에다 듬성한 모래섬엔 천둥오리, 가마우지, 왜가리가 한가롭고 고추잠자리 떼가 둑방 풀섶위를 제멋으로 날고 있다. 아침햇살에 냇가에 은비늘이 고운데 고추잠자리 날개 마저 반짝인다.

 

아카시아, 뽕나무, 미루나무, …, 등이 응달을 만들어 둑방길이 산뜻하다. 10시가 넘어서자 차츰 햇살이 뜨거워져 과천-동탄 순환로가 만든 담벽 그늘에 앉아 챙겨온 냉커피를 마시니 그맛이 일품이다. 주변 풍경에 눈길을 내다 자리를 이동해 경지정리가 된 뜰길로 접어든다.

 

벼포기들이 성큼 자란 푸른 뜰에 눈이 시원하다. 듬성한 농가주택과 대형비닐 하우스, …, 저멀리 미지앤, 현대, 한주, 목화 고층아파트들,..., 안녕초등학교, 안용중학교, 킹마트, …, 등의 도심의 건축물이 뜰과 조화롭다.

 

수로 주변에 농부가 가꾼 도라지, 고구마, 오이, 호박, 고추, 옥수수, 땅콩, 참깨, 상추, 파, 호랑이콩 등에서 작고하신 시골 부모님 정성을 추억하며, 사과, 복숭아, 포도, 배가 주렁한 과일 나무들을 보자니 마치 초교시절 등하교 할 때 과수원 길을 걷는 기분이다.

 

1시간 20여분 6천보 산책길에 만난 풀꽃들-억새, 망초, 큰망초, 아재비 별꽃, 쑥, 쇠비름, 강아지풀, 익모초, 소리채, ..., 능소화, 무궁화-등이 쌩쌩하다.

 

철따라 제모습 피워낸 야생의 생명체들이다. 토종과 외래종이 어울려 있으니 자연생태계는 진즉 지구촌을 이룬 셈이다.

 

오늘은 설렁한 스케치를 했으니 향후 녀석들과 어울리려면 전입신고를 단단히 해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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