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4 (월)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354(4월 12일)

노계에 거닐다

 

노계에 거닐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세요” [문학과 비평] 병아리들의 뿅뿅뿅 봄나들이로 우리에게 조홍시가(早紅枾歌)로 친숙한 [노계문학관]으로 문화탐방이다. 태백산맥 줄기의 보현산을 중심으로 한 산악지대에 둘러싸인 분지내 영천시에 소재하니, 수원에서 3시간 반여 걸리는 원행이나 호기심을 배낭에 담아 나섰다.

 

송강(정철), 고산(윤선도)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시인이라 불리는 박인로(朴仁老, 1561-1642)는 조선시대 무신으로 ‘호’는 노계(蘆溪)다.

 

“반중 조홍시가 고아도 보이나다.

 

유자가 아니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기리 없으니 그를 설워 하노라”

 

안빈낙도의 삶을 추구한 시인의 ‘호’와도 어울리는 조홍시가다. 두어번 글맛을 보니 나훈아 선생이 부른 울 엄마가 생각나는 <홍시>로 진화했을까 싶다. <조홍시가>도 <홍시>도 모두 ‘효’를 주제로 한 연작시가니 말이다.

 

대표와 회장의 인사말과 회원들의 소개에 이은 노계의 작품세계 소개와 시낭송, 건강강좌로 인해 원행시에 의례적 두 눈 감던 명상을 접고 두 귀를 열었다. 밤을 지새운 피곤이 비켜선다. 더우기 회원들이 협찬한 생수, 가래떡, 케이크, 비스킷, 김밥 등이 연실 입을 향하고 일정 진행에 깃든 제멋과 담장을 넘는 대표의 재담이 어울려 영천(永川)으로 가는 길가에 연이은 산야의 모습도 그냥 스친다.

 

반가운 와룡문학회의 마중과 심장이 세개인 대왕문어가 몸 받친 와글와글한 점심은 에너지 충전으로 일품이다. 동해 남부 문어와 서해남부의 홍어는 그맛이 유명세를 지녔기에 세인의 기(氣)를 뚫어주기 위해 문어x가리와 홍어기시기는 때 없이 강호에 출몰하나도 싶다.

 

무관으로서 노계의 활약, 문학업적 그리고 조홍시가의 탄생배경 또한 동시대 동서양 인물들을 비교한 전시실을 휘이익 둘러본 후, 예정한 [노계서원]을 지나쳐 팔공산국립공원에 자리한 천년고찰 [은해사]로 네바퀴 달음박질하니, 입구에 세월의 무게를 받든 노송들과 가랑비에 젖은 경내 분위기가 마치 조홍시를 드시며 다정한 미소 지으실 내 어머니의 아늑한 품인 듯하다. 조용한 “김치~”후 귀로에 올랐다.

 

인간은 별부스러기라니 시어는 우주어다. 시인은 해와 달, 비바람을 늘 가슴에 품은 언어의 마법사로 가창력도 일품이다. 립스틱 짙게 바른 채 랄라라, …, 찰랑찰랑 제멋의 눈물, 사랑으로 여성 ’시인들의 노래’려니 봄비 맞은 사내들도 으허허, 아하하~, 맺은 ‘인연’을 미워하지 않겠다며 안동소주, 영천와인의 눈물을 삼키며 목청 돋우는 동안 그새 수원에 도착했다.

 

황금연못에서 금붕어를 낚았다는 어느 시인은 국밥을 들며 오늘 여정은 “늙지 않은 하루”라며 환히 웃음을 짓는다. 비내리는 봄밤, <님과 함께> 달마중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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