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이야 불이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불이야! 불이야! 어린시절 동네에 말썽 많은 선배가 어느 겨울밤 동네 어귀부터 아랫마을로 뛰어가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만 해도 초가지붕들이라 동네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양동이와 쇠갈퀴를 들고 나섰다. 밤하늘에 붉은 불길은 보이지 않고 영문도 모른 채 개짖는 소리만 요란해 동네를 휘이 한바퀴 둘러본 후에 제각각 집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간밤에 소리질러 한바탕 동네를 어수선하게 한 그 선배는 어른들께 혼이났다. 요즘 말로 뒈지도록(?) 혼이 났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그 선배 이름이 동네 청사에 길이 빛나 전해오니 살아생전 조신.조심해야겠다.
지난 해 양심을 저버린 검은 무리가 이일 저일, 이곳 저 곳에 불을 붙여 나라를 태우려 하니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온 백성이 전국에서 양동이를 들고 광화문에 모여 들었다. 대학교 청년들도 가세해서 불길을 잡았다 한숨돌리던 차에 잔불이 다시금 일어난 듯 해, 큰 양동이 들어야 한다며 야단들이다. 더구나 동시다발의 산불도 전국적으로 났으니 말이다. 특히나 영남지방에 큰 산불은 며칠째 타오르고 있으니 어찌 해야하나? 해당지역 선.후배들에게 안부를 묻자니 큰 걱정이란다.
구호본부도 차리고 진화 후 원인규명도 할텐데… 혹여 이를 사법부에 물으면? 매스컴에 비친 부분 TV화면만으론 진짜 산불이 났는지 오해할 여지가 있으니, 현장에 가서 직접 산불도 끄며 사진찍어 판단하라고 조언하려나? 혹여, 구호사실이라도 증명하려면, 출발도 밥도 티타임도 함께 하고 주변에 카톡중계에다 사진촬영시 전체가 나와야 한다고 할려나?
찌질한 완장들의 불놀이에 하늘이 노할 게다. 어서 비라도 우울이 내려 작은 애국자들인 불난 백성들의 가슴과 산불이 진화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