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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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342(3월 20일)

말과 소리

 

말과 소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세상과의 소통 수단 가운데 하나가 말로서, 글말과 입말로 구분할 수 있겠다. 문자의 나열인 글말은 불, 바퀴와 더불어 인류의 3대 발명품의 하나라고 평한다. 글말이 있기에 고대의 역사를 헤아리고 미래를 열어갈 지혜를 얻을 수 있으니 글말과 입말은 인류문명사에 한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여 글말과 입말을 가까이 하면 자기수양에도 좋은 방편이라 선인들은 독서의 습관을 강조한다. '책에 미친 바보'라고 불렀던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李德懋)나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이란 필체를 남긴 안중근 의사의 글말도 그 본이요, 더구나 귀에 익은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자기성찰에의 싯귀도 있으니 말이다. 링컨도 ‘독서와 글쓰기’ 덕분에 '소통과 화합'의 정치인이 되었음을 강조하였단다. 게티즈버그에서 행한 그의 정제된 연설은 단지 270여개 어휘의 글말이나 자유민주주의 원리를 담아내어 많은 국가들이 국가체제 운용의 기반으로 삼았음은 주지하는 바 아닌가?

 

글제를 늘여 사잇길에 들어 요즘의 자칭(?) 위정자들의 발길과 말을 음미해 볼 일이다. 훈민정음 창제로 “어린 백성”을 깨어나게 한 ‘세종대왕’의 좌상과 열세척 배로 나라를 지킨 ‘불멸의 이순신’ 장군의 입상이 있는 광화문 광장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오랜동안 그리 주장해온 뭇 백성의 다짐의 글말과 바른 말을 저버린 채, 양복 차림새로 이곳 저곳으로 면담을 하려 분주하게 때 이른 발길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노라니, 그리 애써 온 글말과 입말이 너무나도 아프단다. 큰 그릇의 목민관들이라면 봄에는 점퍼 차림의 운동화 신은 모습으로 관할지역을 돌아보는 게 제 할 일이요 제격 이련만…

이런 탓일까? 위정자들의 비틀린 모습과 말이 한낱 ‘소리’인지라 국민들의 입길에 접두어가 붙고 채여 거리에 나뒹구나보다.

 

자기성찰은 반성이다. 조신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오랜동안 뭇 시민들의 간절한 바램이 담긴 글말과 입말의 탄원이 물오른 산수유처럼 올봄을 환히 밝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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