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소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아침 저녁으로 9월의 소리가 들린다.
가을의 상징인 낙엽은 저만치 있건만, 더위에 늘어진 마음줄이 팽팽해져 가슴에 저장된 계절의 정감이 앞서 다가온다.
괜한 마음에 배낭을 메고 들길로 나서니 어느새 푸른던 벼포기 잎새들이 누릇누릇 해졌다. 뻣뻣한 고개가 죽었으니 철이 들었다 싶다. 어쩌면 세상이치에 달한 양 아예 눈을 감았나도 싶다. 선선한 바람결에 몸을 맡긴 품새가 마치 한바탕 난장을 겪고 난 후의 자태다. 뭇 생명체가 어울린 향연장, 은혜로운 가을 햇살이 어루는 들판의 품이다.
눈들어 벌판 끝을 바라본다. 패티김이 시원하고 칼칼한 목소리로 부른 <9월의 노래>(이희우 작사. 길옥윤 작곡)소리가 들려온다.
천변가의 [나뭇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은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디선가 부르는 듯 당신 생각 뿐
9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며
사랑이 오는 소리
사랑이 가는 소리
남겨 준 한마디가 또 다시 생각 나]는 안녕한 ‘안녕뜰’이다.
산다는 게 무엇이뇨?
때론 헛발질도 해보고, 힘들면 노래도 한곡조 뽑아보는 그냥저냥 사는 모양새가 인생이라고 꽤나 들었을 게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누군들 한번쯤은 제삶에 속울음이 없었을까? 사느라, 살아오느라 너도 나도 수고가 많았으니 대견하다.
젊은 여가수는 <산다는 건> “참 좋은 거”라며
환한 웃음을 띄고 목소리를 돋워 노래한다. 사방에 대자연이 빚어내는 9월의 빛깔이 참 곱다. 너른 들판에 그득한 9월의 바람소리도 참 곱다. 풀숲에서 뛰쳐나온 당랑거사 한마리가 빈 하늘아래 9월의 바람을 막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