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지천변 기행7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유유자적하는 중년(?)의 물오리다.
[물오리: 어이 친구! 어디가시나?
돈키: 그간 분주하던 맘 뉘려 독산에 가네. 가족은 어디 두고 어찌 홀로 유영하시나?
물오리: 때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잖나.
돈키: 맞는 말이네. 어수선한 맘이 멈춰 내 안의 나를 만나는 기쁨이 있지.
물오리:그리 동분서주하던 폰영화제 행사는 잘마쳤나?
돈키: 물이 흐르는 듯 시간이 흘러서 기분이 좋았어
물오리: 그렇구나, 우리도 물살에 몸을 맡겨 노닐면 기분이 좋거든. 때론 물을 차오르는 날개짓도 그만이고 말이지. 양말 벗고 내려 올래?
돈키: 아냐, 오늘은 “가야 해, 마음자리 찾아 가야해”
언제 비둘기, 참새도 불러 같이 놀자구.
물오리: 그러면 까치도 불러야지?
돈키: 이즘 뜸하던데 백로에게도 전해줘. 다섯 벗이 어울려 <황구지천 토크쇼> 열자고 말이지.
물오리: 주제는 뭘로 할건대?
돈키: 글쎄?
물오리: 제 얘기들을 해보면 어떨까?
돈키: 까치, 참새, 비둘기, 물오리, 백로 다섯이 모이니 황구지천변 정담, <오우가>라. 좋구만!]
수변산책 중 만나는 벗들과 말없는 대화다. 듬성듬성 어울려 자태를 드러낸 보라빛 나팔꽃, 핑크빛 개역귀, 파란빛 달개비, 분홍빛 백일홍, 자주빛 무궁화도 눈길을 맞는다. 행사를 마친 까닭인지 심신마저 개운하다.
35년지기와 물길을 따라 무려 2만여보나 걸었다. 집을 떠나 쌈지쉼터, 세마교, 독산허리길, 신선교, 양산봉주차장, 오리농원, 한신대 입구를 거쳐 집에 돌아오는 코스다. 등주머니에 담은 생수, 커피, 찐 감자, 바나나, 과자를 도중의 쉼터에서 냠냠하니 동이났다. 이 또한 물길따라 걷는 동안 멋스런 천변풍경에 보태는 맛이겠다.
다리밑 쉼터에 앉아 발바닥 열기를 식히자니 저멀리 모래톱 가장자리에 왜가리 녀석이 미동도 없이 고개를 꼿꼿이 세워 날아갈 여정을 그리며 서있나보다. Hey, Hey, Beautiful Sunday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