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5 (수)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67(8월 13일)

 

당근(홍당무)
시인/ 영화감독 우호태


아침마다 야채 접시를 마주한다. 어린시절 당근을 가까이 하지않았던 탓에 밀어내니 “왜 몸에 좋다는데 안먹느냐”는 아내의 핀잔이다.

요놈 때문에 한소리 들어 뭐가 좋다는 건지 자료를 뒤적이니 “당근(carrot)은 쌍떡잎식물 미나리목 미나리과 당근속에 속하는 식물로, 각종 요리에서 널리 섭취되는 채소로 원산지가 아프가니스탄”이란다.

필자에겐 당근이 먹거리보다는 얘기 소재로서 우선한다. 5년여전 지역역사.문화 등의 국토기행글인 <한반도소나타>를 집필하느라 전국팔도를 돌아다녔다. 필자는 돈키호태로 분하고, 대서양을 건너온 로시난테의 화신인 ‘호새’를 동반해 대화체로 엮은 글이다. 경기북부지역 임진각에 도착해 장교의 안내를 따라 북한지역을 바라보니 팽팽한 철조망을 경계지었으나 겉으로 보기엔 참 한가로웠다.

‘호새’는 이 가시울안(DMZ)에 멈춰버린 ‘철마(鐵馬)는 달리고 싶다’는 동족의 소원과 잃어버린 70년 세월의 이산가족의 한맺힌 아픔을 치유하는 방안으로, 서해에서 동해에 이르는 그 피어린 지대에 말테마촌 조성을 제안한다. 물론 지도 ‘말(馬)’이니 좋아하는 ‘홍당무’도 심고 말이다. 

기억하리라.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말(馬) ‘조이’와 영국 데본 출신 ‘알버트’의 일대기를 다룬 명화 <워 호스 (2011) War horse>”를. 그 영화를 연상해 그야 ‘당근’이지 말할까 보다.

여하튼 매력적인 홍당무다. 순정의 상징일까? 불멸의 가수 배호의 <능금빛 순정>에 등장하는 “수줍어 수줍어 고개숙인” 말못할 순정의 아가씨의 빨간 얼굴도 바로 홍당무가 아니던가! 이즘에도 그런 순정의 갑돌이 갑순이를 기대해보면… 가뜩이나 폭염경보도 발효중인데 택도 없는 소리려나?

아침 식탁위 놓인 당근 덕택으로 실타래처럼 상상을 엮어 대서양도 건너고 녹슬은 기찻길 휴전선에 피서를 다녀왔다. 생각하니 올 10월엔 빨간 능금알 구경하러 능금마을에라도 다녀와야겠다. 우선은 눈건강에 좋다니까 아침에 마주하는 당근과 친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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