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5 (수)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65(8월 10일)

커피 한잔/찻잔

 

커피 한잔/찻잔

시인/영화감독

 

배드민턴을 치는 젊은 부부와 자녀들의 목소리가 들려 창밖을 내다보니 하루가 저물어간다.

 

커피 한잔!

멀리 안녕뜰을 바라본다. 푸르름속으로 눈길이 나니

내안에 나를 만나는 고독의 시간이다. 오직 나만을 위한 일용할 시간이다. 꽤나 강물이 깊어간다. ‘고독한 행복이다’. 어린날 허리굽혀 내려본 돌우물에 비친 그 ‘나’와의 만남의 시간이다.

 

오전부터 오후에 걸친 번잡스런 손.발짓이 멎었다.

오전에 고교동창의 때이른 우주유영을 배웅하러 도심을 배회(?)하고, 오후엔 연례 행사인 동창회 삼계탕 파티에 발길한 탓에 적잖이 휘둘리던 심신이 제집에 찾아들었다. 시간이 강물따라 흐르더니 심해에 이르른다. 한낮을 지내고 한밤을 마중할 경계인 어스름이다.

 

시(詩) 공부하느라 깨인 눈으로 곱씹던 노래다.

 

<낮과 밤>

 

[햇살 붉은 한낮과

안식의 푸른 밤이 맞물려

낮 기울면 밤 밤 다하면 낮인 거

지극 호사여라

더 하여 그 심오한 갈피에는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구만리 강물]

 

…..김남조, [심장이 아프다]에서

 

한때, <커피 한잔>에 그대 올때를 기다리는 푸릇푸릇한 시간을 담았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싶다.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와 소리없는 정이 흐르는 시간”이 담긴 <찻잔>과 서늘한 바다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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