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뜩’ 스치는 환한 빛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수 많은 만남과 읽은 책갈피에서 값진 두 어휘는 결핍과 풍요다. 전자의 순기능은 정진이요 역기능은 좌절이다. 이에 후자는 베품과 교만인가도 싶다. 영화계에 발 들인지 얼마되지 않아 간접 경험을 얻고자 젊은 촬영감독과의 만남을 위해 서울로 나들이다.
글제를 이어갈 자연스런 말은 스치는 영감인게다. 우리말은 새김질 할수록 맛이 난다. 이 ‘퍼뜩’이란 말을 어떻게 번역할까? 언어학을 공부한 바 없어 글을 지으며 든 생각이다. ‘퍼뜩’ 스친 생각에 쉼없이 작품을 써내려갔다는 작가들의 경험담이요 때때로 우주유영도 했다니 말이다.
이 어휘가 가져온 세상의 변화에 말빨을 늘인다. 뉴턴이 정녕 사과가 떨어지는 모양새로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했을까? 분명 ‘퍼뜩’ 스친 생각이겠다. 하여 ‘퍼뜩’ 스친 영감이 자연과학자에겐 위대한 발견이요, 문학가나 예술가들은 이로써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니 ‘퍼뜩’이 인류문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생각이다.
뇌세포의 순발력인가? ‘퍼뜩’ 샅바를 잡는 것은 스친 영감을 끄적댄 메모장 때문이다. 그 영감이야 계량할 수 있으랴만 노트를 저울에 달면 십여키로그램이요, 엄지 검지 벌린 두께에 이른다. ‘퍼뜩’ 스친 머릿속 환한 빛 탓에 이따금 핸폰을 들고서 찾는가 싶지만 어린시절 담치기한 홍시 맛이 이에 견줄까?
‘퍼뜩’ 스치는 생각은 결핍의 순기능 정진이 낳는 빛이란 게다. 요즘 세간에 불어오는 바람인가 싶다.
공명과 주유가 대군을 거느린 조조와의 적벽대전에서 그토록 갈망한 쌍풍(風)으로 판쓸이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