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좋은 날에
시인/영화감독
이렇게 좋은 날이 있으랴!
신혼부부 탄생에 “축하한다”며 신랑과 어울려 지낸 세월을 곁들인 친구의 덕담에다 감미로운 맞춤형 축가 <청혼>이 발길한 하객들에게 기쁨을 더한다.
천재 화가인 000선배의 자제 결혼식이다. 두어달 전부터 다짐했기에 다른 일정을 비켜둔 채 오랫만에 서울로 나들이다. 뭐든 시작은 설레는 일이라 화혼은 만인으로부터 축복이 마땅한게다. 해맑은 미소로 식장을 환히 밝힌 신랑과 신부에게 거듭 박수를 보내니 이렇게 좋은 날이 있으랴!
식후, 호텔을 나서니 광장을 중심으로 시청사, 덕수궁, 고층건물, 소공동 지하상가, 호텔이 빙둘러 서 오후 햇살을 맞고 있다. 광장에 설치된 지방특산물 전시코너를 힐끗하며 지나치니 도로가에는 대규모 집회가 진행중이고 건너편 건물 지하에는 제36회 <2024년 대한민국실내건축대전> 행사중이다.
이사한 아파트에 가구들의 제자리가 어설프다 싶어 행사장에 들어섰다. 주거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하니 출품작의 공간구성에 눈을 넓게 열었다. 건축 또한 예술인 까닭에 작가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창작물로 지난한 정진이 따르기에 쾌적한 생활공간은 물론이요 멋진 도시공간을 창출할 예비 건축가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수년전, “20인의 건축 거장, 삶과 건축을 말하다” 인터뷰 글모음집 <나는 건축가다>를 접해 되새김질 하곤한다. ‘건축은 예술이다’, ‘건물은 이야기를 한다’, ‘건축은 그리움의 표현이다’란 말에 나름 끄덕였다. 거장 중 한사람인 페터 춤토르는 “자신의 건축은 현대음악처럼 밀도, 공간, 율동, 음색을 다룬다며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이런 탓일까? 마리오 보타, 페터 춤토르 등 거장들의 손길이 미친 건축물 소재지 남양성지에 여러번 발길하였다.
K-Pop처럼 건축분야에도 한국인의 활약이 들릴게다. 지하공간내 전시품은 이를 향한 청춘들의 손길이요, 그런 진중한 청춘들을 위해서 지상엔 힘찬 발길들이 잇는다. 멋진 공간설계의 내 삶이 내 인생이기에 우리 모두는 훌륭한 건축가다. 오늘 눈길.발길하여 지은 건축이 든실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