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금)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76(9월 15일)

아름다운 질서

 

아름다운 질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그렇게 저렇게 세상을 떠난 분들의 안식처다. 비봉추모공원에 부모님과 형님을 모셨다. 예년과 달리 추석을 이틀 앞두고 공원을 찾았다.

 

 

자녀들이 다녀가셨나? 묘소 주변에 온통 꽃이다.

 

아장아장 어린 손주들부터 청소년, 중장년에 이르는 다양한 분들의 발길이다. ‘아름다운 질서’란 생각이 든다. 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님, 누나, …생전의 모습을 추억하는 그리운 만남이다. 의식 한켠에 머무는 분들이기에 소중한 인연이다. 이 땅에 두발 딛고 사는 별 부스러기인 내 연원이 아닌가!

 

 

연휴 탓일까? 주차장이 혼잡해 공원 밖에 주차 후, 부모님과 큰 형님께 설 이후 그간의 생활 모습을 여쭈니, 여느 때 처럼 환한 얼굴로 맞아주신다. 생전에도 자주 뵌 모습이기에 말없이 이승과 저승의 지난 세월이 유리벽을 넘어 오가는 눈인사로 마음길을 낸다.

 

 

농한기에 동네 분들과 제주도에 놀러가셨을 게다. 말에 올라 앉으신 아버님의 환한 모습이다. “꽃가마 타고 말탄님 따라서 시집 가던 길”의 아씨처럼 아버님 뒤편에 작은 말에 앉아 계신 어머님 모습이다. 잠시동안의 추모시간에 내 살아온 날들이 스쳐간다.

 

 

아버님! 어머님! 평안하시죠?

 

저 잘지내고 있어요. 애들도 열심히 제일들 해요.

 

두분의 전음이 들려온다.

 

아버님의 말씀이다. “바쁜데 뭘 왔어”

 

이은 어머님 말씀이다. “애들 잘 크지?”

 

 

참, 따스한 오후나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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