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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71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등장하는 싯귀절이다.

여보, 여보 저 구름 좀 봐! 빨래를 너는 아내의 목소리다. 하던 일을 멈추고 베란다로 가니 앞동 아파트 뒤편께 남쪽편에 고요한 흰 뭉게구름이 양산마루위 앉은 자세가 일품이다. 마치 신선이 구름에 올라 지상세계를 굽어본다 싶다. 눈길이 뻗은 그 곳 세계가 진정 선계렸다.

이따금 세상살이가 그냥 좋은 것 처럼 한참을 창가에 서성인다.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에 비견할까? 겸재 정선(1676∼1759)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에 비견할까? 하늘 도화지에 환한 흰색 붓길이 뭉쳐 뭉실뭉실하다. “멀리도 가까이도 아닌 저만큼에서” 나를 부르니 어여어여 가보자. 하늘과 산봉우리 사이 쉼터에 앉았는 ‘흰구름아 말해다오’. 네 기분은 어떻든? 내 마음도 선선하니 말이다.

돌아서 서편쪽을 보니 안녕리 아파트 숲위 뜨거운 불덩이가 곧 자맥질을 하려나보다. 거무티티한 구름사이로 빛발이 내려서 이 또한 푸른 안녕뜰에 어울려 꽤나 경이롭다. 시스루 구름 위에 오색 종이비행기다. 별별거를 다 상상하는 고요의 시간이다.

조용히 휘파람을 불러야 하나? 환한 마음꽃밭에 스러지는 저녁햇살이 고마워라. 천변가에 이사온 덕택으로 누리는 평안이다. 채 잠이 덜깬 아이처럼 연실 주변에로 눈비빔이다. 두눈 팔린 세상 구경에 시나브로 어두워진 사방에 앞동 창가에는 불이 하나 둘 든다. 한눈 팔지말라던 어른들 말씀이 안녕뜰 어둠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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