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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70(8월 19일)

동아줄과 정신줄

 

동아줄과 정신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전 나절의 양산봉 둘레길에서 한담이다. 숨을 고르느라 점심 식사전 산길을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다.

 

코코넛 열매로 만든 길에 씌운 매트위를 걷는 동안 베트남 다낭에서 수년간 머물다 돌아온 고교동창이 들려준 말을 옮겨본다. 우리말과의 연관성과 무심히 사용하던 말의 연원인 듯해 흥미롭다.

 

우선, ‘짜옹(웅)’이다. 베트남에선 상대방에 친근어이자 배려한 겸양어이나 우리에겐 금전이 오가는 거래란 뜻이 함의된 부정함이 깃들었단다.

우리에겐 ‘때때옷’은 설날에 아이가 입는 옷이다. ‘땟’은 베트남어로 설이란 뜻이니 우리말과도 상관있단다.

‘알랑방구’, 우리가 어렵던 시절 도움받은 안남미는 귀에 익은 말이다. 안남쌀(미)이 끈기가 없어 방귀가 자주 나온단다. 그 까닭에 배고픈 시절, 이는 나 보다 밥을 더 먹었다는 표현이므로, 누군가를 잘 대접해 혜택을 받았다는 뜻이란 게다. 기억난다. 알랑방구는 학교에 드나드는 부모님 치맛바람의 놀림말이기도 했다.

‘껌’은 씹는 껌을 생각하여 흔히 사용하는 껌값의 의미가 이해되나, 공기밥 값은 받고 반찬값은 안받는 우리식문화와는 달리 베트남에선 2-3모작으로 쌀이 남아돌아 밥은 공짜이며 반찬값을 오히려 받는다니 껌값의 의미가 새롭다.

 

이 모두 현지 경험에서 알게 되었다니 경험이 스승인게다.

‘동아줄’이란 의미도 동아시아 지역의 코코넛이 재료로서 질김이 무엇보다 강하단 뜻이나 우리에겐 든든한 배경을 의미한단다. 한때 신발업계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한 중학교 동창이 옆에서 말을 보탠다. 그 질긴 동아줄이 삶에 정신줄이란다. 아마 그 정신줄을 갖추었기에 치열한 시장에서 명성을 떨쳤다 싶다.

서늘한 기운이 제법이다. 헉헉대던 심신이 서늘하다. 지구촌 6대마라톤대회 모두를 달성 후에도 자기관리에 철저한 초등학교 동창이 세바퀴나 둘레길을 뛰고 돌아와 말을 이었다. 그 정신줄이 바로 간절함이란다. 간절함이 회사를 키운 동아줄이겠다.

 

경험과 지혜를 바탕한 까닭에 나름의 강한 정신줄을 지녔다. 국제적 감각과 세계역사문화에 해박한 지식을 두루 갖춘 중학교 동창의 말을 빌리면 중국역사에 등장하는 제국의 사신도에 한반도 고대삼국 사신들 의복이 가장 세련되었단다. 이는 고대 삼국의 문화가 높은 수준이란거다. 그런 선조들의 후예이기에 반만년 역사에 꿋꿋했으며, 향후 G2에도 이를게다.

그와 고교시절 스승님의 자제인 동창의 성실한 설명이 부풀어 솔향에 젖은 필자의 정신줄을 깨운다. 오늘 점심이 참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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