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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61(7월 26일)

황구지천 천변기행3

 

황구지천 천변기행3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어제 오후나절 독산성에 올랐다. 비가 한바탕 쏟아져 내린 후라 주변경관이 산뜻하다. 코앞이 양산봉이요, 그 오른편 뒤켠에 동탄에 메타폴리스가 여타 아파트보다 높이 솟아 우뚝하다. 전국에 제일 젊은 도시의 위세답다.

왼편 멀리에 노블카운티, 광교산, 정북방에 나즈막한 팔달산이다. 그 앞면에 가까이에 동문굿모닝힐, 안용중학교, 화산, 그 옆으로 안녕초등학교, 태안3지구내 아파트, 봉담와우리 아파트단지, 중외제약, 수원대, 일진전기, 정남괘랑리, …, 등 비개인 짙푸른 산들과 뜰에 어우러져 멀리에 가까이에 제모습들이 선연하다.

 

수원지단에서 흘러내리는 황구지천이 세로질러 송산뜰을 가르고 안녕뜰을 감아돌며 서해로 이백리길을 유유히 흘러간다. 서랑리 방죽 곁 무인카페에서 저출산에 대한 목사님 장로님과의 흐뜨린 얘기가 저 물길처럼 술술 풀려가면 좋으련만…

 

이곳은 오산 세마대(洗馬臺)다. 서북편 산너머에 백제 고분이 발견된 봉담 마하리(馬霞里-말무덤)와 임란시 삼천병마골(三千兵馬谷)이 모두 말과 상관되어, 불현듯 휘모리 장단의 <장기타령>이 생각난다. [...이포 저포 여포 로다. 코끼리상자 조자룡이요 말마(馬)자 마초로다. 양사로 모사를 삼고 오졸로 군졸을 삼아 양진이 상접하니 적벽대전이 예로구나….]. 전벽대전의 신의 한수는 바람 풍(風)일지니 임란시 왜군을 물리친 독산성(禿山城) 전투의 묘수는 물 수(水)일거나!

 

산정상에서 또 한바탕의 빗속에 찰칵한 후 귀가해 휴식 후, 7시반경 저녁약속 장소로 향한다. 오늘은 황구지천을 두번 건넌다. 작현마을(까치고개)이 근방이기에 필자는 황구지천 기행글인 <화성소나타>에 건너고 있는 이 다리(송산교)를 오작교라 이름했다. 난간에 여리여리한 붉은 꽃이 다리 아래 소리내는 물길에 어울려 제법 운치가 있다. 어느새 날아왔는지 참새 두 마리가 토도독대며 길을 앞서 간다. 연실 폴짝거리다 둑방으로 날아 간다. 귀여운 녀석들이다. 콩쥐 대신 벼를 찧어 준 착한 녀석들, 회색 도심에 상큼한 풍경을 선사하니 이젠 익조라 해야하나?

 

좀 더 부풀리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그 의미도 어린날 제 좋아하는 것에 호기심을 돋워주란 선한 뜻으로 해석되고, 그 참새가 이젠 삭막한 도심문화엔 자연의 멋을 상상케하니 말이다. “참새가 죽어도 짹한다”도 실상 불퇴전의 의미가 아닌가?

이즘 세상사를 살필진대, 어찌 “참새가 봉황의 뜻을 알랴”는 속담이나 철인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의 학구소붕(鷽鳩笑鵬)도 참뜻을 깊이 헤아려야겠다. 사족을 달랴마는 논객들의 필설처럼 누가 누구를 봉이라 해야 하나? 두 마리가 아닌 세 마리 참새가 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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