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기차여행2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기차여행1은 에버라인에 운행되는 전철내의 스케치이나, 기차여행2는 ‘창밖에 여자’가 아닌 ‘창밖의 풍경’을 스케치 한다.
기흥역에서 탑승하려니 20여년전 인기리 방영된 <천국의 계단>처럼 하늘(천국)로 오르는 계단(에스카레이터)이다. 내려오는 사람들도 오르는 사람들도 한줄로 가지런한 모양새다. 승강장에 차내로 들어서기전 조심조심할 안전대기선이 눈에 띈다. 사회질서가 진화하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모습이겠다.
하늘에서 내려본 세상이 어떨지 궁금증을 넘어 설레인다. 구깃한 하얀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으며 메모장을 꺼냈다. <막차로 떠난 여인>에 그리움이 아닌, 대낮에 나름대로 흥미로운 하늘 기차여행, 우주여행이 아닌가!
우선, 시야에 들어선 아파트들이다. 마치 성냥갑을 쌓은 모양새가 구릉같은 짙은 진청색감을 지닌 산들과 어울려 평화롭다. 강남대역, 지석역, …, 시청.용인대역, 명지대역, …, 고진역, 보평역, 둔전, 전대.에버랜드역에 이르며 다다닥 하던 번화가가 한가로운 하천, 뜰, 산으로 이어지는 형세다.
스쳐 지나는 거리는 차내 천정에 분칠한 위, 척추, 관절, … 등을 치료하는 병원과 정직해야 할 관공서, 방정해야 할 학교, 두 손 모을 교회, 맛나는 음식점, 맥가이버 공구상, …등이 제멋의 글자체로 나름의 이름표를 내걸었다. 이 모두가 작은 성냥갑속에서 생활하며 말하고 생각하는 생명체들이 먹고, 놀고, 배우고, 쉬고, …., 잠자는 공간들이다.
스치는 생각이다.
저 성냥갑 아파트엔 아가들 울.웃음소리가 울리려나? 오래전 부터 시끌시끌한 코리아 출산율 탓이다.
커피잔들고 야단스런 몸짓의 청춘들은 어디로 향하나? 싱그러운 5월처럼 이세상에 어떤 꿈을 피워내려나? 보따리를 손에 든 아주머니네들은 시장에 가시나? 지갑열어 장터국밥은 자시고 오시려나? 한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에 서성이는 할머니들, 시원시원한 물리치료 받으러 가시나?
어디서 왔을까? 유독 눈길이 가는 청년들이다. 이국 청년들의 거무스레한 얼굴이 환하다. 코리아드림을 찾아왔을까? 긴 곰방대 문 유길준이려나? 뚜껑모자 쓴 마르코 폴로이려나? 돌아가면 ‘코리아견문록’이 탄생할거나! 아님 ‘코리아표류기’라도 메이크하려믄?
듬직한 건물, 산, 하천, 들판과 오가는 발길들이 살아있는 오전나절이다. 우리네 인생살이(세상살이)가 거리에 오롯하다. 새삼스레 어릴적 밤하늘 별을 헤던 추억이 그리워 간판을 헤아린다. 이승과 저승사이 하늘기차여행, 우주여행을 하며 구경하는 야경은 어떨까 싶다.
오래전 중앙지에 실린 도서광고 문구다.
“여보게, 저승에 갈 때 무얼 가지고 가지?”
“여보게, 이승이 그리우면 다시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