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기차여행1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미뤄둔 일의 마무리를 위해 용인지역으로 나들이다.
기흥역 공영주차장에 파킹 후, 기흥역에서 승차했다. 나름의 유래를 지닌 강남대역, 지석역, 어정, 동백,..., 전대/에버랜드역 15개역 구간을 왕복하는 한량의 경전철<에버라인>인데 좌석이 40여석, 중앙 폴대에는 손잡이가 있어 80여명은 족히 수용할 수 있겠다.
맨 앞자리에 앉아 승.하차해 목적지로 이동하는 분들을 살피니 천태만상이다. 모양(체중, 신장, 연령), 차림새(스타일, 소지품), 자세가 제각각이다. 실례되는 일이나 승객들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관찰하게된 흥미로운 시간이다.
열차내의 스케치인셈이다.
모자(벨벳, 베레모, 중절모, 운동모, …), 머리(파마, 긴머리, 단발머리, 곱슬머리, 갈색머리, 흰머리, ...), 얼굴(계란형, 세모형, 둥근형, 네모형, 사다리형,..
), 눈(나안, 금테안경, 검정뿔테, 갈색, 하양, …), 코( 왕코, 매부리코, 납작코, …), 입술(적색, 갈색, 진청색,...), 목(스카프, 머풀러,...), 상.하체(자켓, 정장, 원피스, 투피스, 청바지, 반바지, …), 신발(구두, 운동화, 슬리퍼, 부츠,...),...
제멋으로 어울린 모양새다.
소지품(귀걸이, 목걸이, 배낭, 손가방, 장가방, 푸대자루, 우산, 지팡이, 핸드폰, 우유, 생수병, 아기곰인형)도 볼거리다.
자세 또한 어떤가? 11자로 앉은 분, 무릎을 포갠 분, 발목을 꼰 분, 눈감고 명상하는 분, 대화하는 분, 핸폰을 열람하는 분, 폴대에 비스듬히 기댄 분, 창밖을 구경하는 분, 이어폰을 낀 분, 휠체어에 탄 분, 차내의 광고문구 보는 분, 손지를 한 채 무심한 분, 팔장을 낀 채 스쳐가는 창밖을 보는 분...
히야! 눈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귀에 들리는 대화소리(연령대별, 행선지별, 취미별, …)는 영화대본이랄까 싶다. “그려, 응, 엉, 얼마나 비싼데, 연락해, ….
모두들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들 가나?
세상사람들이 모인 장터인셈이다.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 채, 갯벌에 고랑처럼 이따금 몸체를 S자로 뉘어가며 15개 하늘정거장을 자율운행하는 무인의 우주열차내 구경하다보니 점점 호기심이 승하여 기흥역-에버랜드 운행구간을 2회나 왕복하였다.
오늘은 멋진 관광이다. 누군가가 “자연의 교향악”이라 예찬한 가야산의 만물상보다 더한 우주생명체들의 교향악인 군상이니 말이다. 그 겉모양새에다 생각과 마음을 더하면 그 세상이 어떠한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지 않은가! 가히 우주관광이지 않은가!
우주여행을 마치고 한껏 느긋해진 그 마음을 지팡이 삼아 경안천 물가 벤치에 앉았다. 아내가 등주머니(배낭)에 담아준 고구마를 우물우물하니 그 맛도 꿀맛이다. “胡爲乎遑遑欲何之-초조하고 황망스러운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그에 답이려나? 노산선생은 “홍진에 썩은 명리야 아는 체나 하리요?” <금강에살어리랏다> 싯귀로 노래하였을게다.
흐르는 냇가에 짙은 푸르름 탓일까? “萬物之得時- 만물은 제때를 얻으니” 도잠이 읊조린 <귀거래사>의 그 한귀절에 맘이 젖어드니, 필자 또한 제때에 제모습으로 신비로운 우주유영을 한 기분좋은 나들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