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children's day)에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늘은 5월의 푸르름이 피어나고,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맑은 햇살에 분수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어린이날’이다.
작물의 생장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린다. 비 개인 후에 고추, 가지, 상추,...밭작물이 파르르 푸르르게 생기돌아 내맘이 공굴리어지 듯, 하르르 흩날리는 꽃잎처럼 상상만으로도 아이들의 몸놀림이 생생하다.
여느 부모들처럼 자식들이 ‘쑥’처럼 쑥쑥 자라나 성숙한 시민이 되어주길 바랄뿐이었다.
아침나절, 분가한 아들.딸 내외를 맞으며 흰종이에 “애들아! 고마워” 글귀로 마중하자는 아내 말에 점심 약속장소로 떠나기 전 한바탕 웃었다.
점심을 한 후 장소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창밖에 5월의 빗줄기를 바라보니, 나뭇잎에서 투둑 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는 실개천가에 ‘쑥’들이 언뜻하다.
불현듯 이나카키히데히로가 쓴 <풀들의 전략>중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쑥’ 이야기가 생각난다. “건조한 황무지가 고향이며, 쌀과 어울려 찰기를 더하고, 밤이면 잎을 세워 뒷면의 하얀 솜털의 기공을 닫는다는 ‘쑥’이다. 특히나 어린시절 경험한 들녘의 쑥의 향기, 윤나는 쑥떡은 누구나의 고향정경이다”란 저자의 얘기따라 한순간 내고향으로 공간이동이다.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쉼없이 자기생장을 하는 ‘쑥’은 마치 우리에게 세상살이 교훈을 주는 전범이겠다.
말을 늘이면 일상의 흔한 ‘쑥과 마늘’의 연은 민족의 옛고향 단군 이야기에도 닿을테다. 역사학도가 아니니, ‘사람구실 제대로 하려면 그저 세상살이 쓴 맛과 매운 맛을 다 겪어야 제모습을 피워내지 않을까 싶다’란 생각이다. 땅에 발붙여 열심히 사는 ‘쑥’의 생명력이 바로 사람에겐 향기로운 냄새나는 삶의 결일까도 싶다. 여섯마디 넘어선 필자의 생각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린이 날’은 한편으론 ‘어른이 날이다”란 생각을 하며, 가로수의 푸르름처럼 맘이 한층 푸르른 오후나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