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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26

-가을에 떠나신 원로 시인

 

가을에 떠나신 원로 시인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시인 김남조 선생님의 부음 소식을 접했다.

모친상 삼우제를 마친 이튿날 저녁나절이다.

 

선생님에게 필자의 인연은 여러 경우가 있으나, 가장 소중한 이음줄은 필자가 세파에 지친 심신을 다스리느라 10여년간 전국토를 돌며 걷고 뛰는 동안 들어선 끄적임을 선생님의 자상한 가르침 아래 시 모양새로 갖춰 등단한 기쁨이겠다. 뵐 때마다 늘 시공부 게을리 하지말란 말씀을 소홀히 한 탓에 진즉, 시인이란 별호를 달았지만 좀체 나아감이 없어 아산병원으로 뵈러 가는 발길이 그저 무겁다.

 

아침나절 조문을 마친 후, 어스름녁 귀가해 서가에 꽂은 선생님 시집을 추스르며 여섯마디 살아오며 맘에 채인 내 스스로를 그중 2편의 시로 위무한다.

 

시1. <너를 위하여>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것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내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시2.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아닙니다.

먼저 사랑을 건넨 일도

잘못이 아닙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진정으로 사랑하여

가장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설혹 잊을 수 없는 모멸의 추억을 가졌다해도

한때 무척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아무쪼록 미움을 품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허연 낮달도 슬프다 했던가?

아슴한 향기의 이 가을을 남기고 떠나신 선생님! 가슴을 따스히 적셔주시던 선생님!

편히 영면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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