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목)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16

-제자리

 

제자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커피 한잔을 들고 병점초교 운동장을 찾았다. 들어서는 입구에는 동문과 지역주민 학부모 등이 열흘 남짓 '결사반대'의 의지를 표명하느라 게시된 홍보현수막이 채 걸려있다.

오전에 투표결과 고지와 조촐한 해단식을 마쳤으니 향후 학교발전을 위한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과제만 남은 셈이다.

 

소슬한 바람결에 실린 교정내 풀내음 흙내음이 그윽하다. 열두칸 4층 교사 중앙 현관 앞에 태극기와 교기가 게양된 옆 연단위 "꿈 가득! 행복가득! 함께 하는 병점교육" 슬로건도 든든하다. 삼삼오오 방과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모래를 깔아 정리중인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앞에 기다리는 엄마에게로 향한다. 이틀 후 추석에는 둥그런 정담들이 집집마다 오고갈테다.

 

무성한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가을을 앓으며 떨궈진 낙엽을 보노라니, 울 밖에 이은 1번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도 비개인 깊어가는 가을의 멋을 더한다.

시간여 동안 이러저러한 단상을 쫓다 뒤돌아 보니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담아온 꿈나무 수영선수들을 길러낸 체육관이 듬직하다.

 

몸을 추슬러 운동장을 걷고자 일어서니 곁에 모래더미에 올라앉은 까치 녀석이 까악까악 울어대며 날개짓이다. 내일 모레 명절에 집집마다 달떡을 퀵서비스 하려나보다. 거리에도 온통 "둥근 보름달 같은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라"는 선량들(?)의 현수막들이 다다닥이다.

 

체육시간에 귀따가이 들었던 "제자리에서"이지 않은가! 그 제자리의 참 멋과 맛을 합창해 이룬 오늘이 병점지역에 울림이요 꿈나무를 키워낼 자양분이겠다.

두 손 모아 읍한다. 즐거운 중추절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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