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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191

-이년, 저년, 그년

 

이년, 저년, 그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글제는 이놈, 저놈, 그놈의 짝말이다. 년놈이 어울려야 세상이 돌아간단다. 또한 품새도 '이분', '저분', '그분'에 이르려니 추임새 말이겠다.

 

어릴적 내 누이 얘기요 마당 건너 이웃 누이들도 한번쯤 들었을 게다. 심심치 않던 어미의 메조소푸라노와 아비의 바리톤 발성이 울을 훌쩍 넘어 뻗친다. '이년'아, "너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저년'이 "귓구멍이 막혔나?" 허면 아예 몸을 숨긴 '그년'은 어떠려나?

 

학교에서 돌아와 책 보따리 휙 던져 놓고 밖에 싸돌아다니던 날, 고무줄도 하늘에 닿았더라. "해넘어 간다 밥해라", 아비 어미 온종일 쉴 틈 없이 허리 구부린 들녘에서 돌아와, 철딱서니 없는 딸년 나무라시던 귀에 익은 소리다.

 

'이년', '저년', '그년'이 어엿 여섯마디 넘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재롱둥이 손주 손녀에게 '하비' '하미' 소리를 들을테다. 장모 손맛은 장독대 숙성된 장맛이라 사위녀석 그맛에 홀딱해 꽤나 예쁜 딸년 데려가며 처갓집 말뚝에 큰 절은 했으려나?

 

뒷짐 진 서방에 케케묵은 '거안제미' 옛시절이 웬말인가? SRT에 올라 앉은 시대흐름이다. 주방에서도 양성평등이 실현되니 진즉 한마장 장대에 튀어오른 여인들은 세상도 쥐락펴락…

 

그 설운 '이놈', '저놈', '그놈'의 감정이 부러진 바늘 향한 유씨 부인 <조침문>에 비견하랴! .

 

어찌 모르랴! 이 민족의 반만년의 물줄기는 아득히 먼 옛적부터 해마다 보태진 여인네 통한의 눈물인 것을… 두 손 모아야지.

 

어찌 세상을 그리 급히 주물럭 하셨는가! 이놈, 저놈, 그놈의 어깨품이 두어 치 내려 앉았겠다. 말세 아닌 현세로다.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 것을. 세상이 그리 만만하시던가? 대문 밖에 무엇을 남기려 세 치 혀로 그리 버둥대며 서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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