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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190

-이놈, 저놈, 그놈

 

이놈, 저놈, 그놈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나름 울을 헐어 세간에 흩뿌려진 통통한 말들을 엮는다. 대감댁 고운 아기씨 아닐지나 널 뛰어 흘깃한 담장 너머 구경이다.

 

흐른 세월에 깊숙이 쟁여 둔 말들 가운데

 

'이놈' '게 섰거라', '저놈' '잡아라'는 귀에 익은 자연스러운 어울림 말이다. 허면 화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놈'은 어떠려나?

 

앞에 말은 어릴적 참외서리 밭두렁 이나 과수원 울타리 주위에 울리는 어르신들 외침이다. 어릴적 한번쯤 들었을만한 정감있는 말, 다시 못을 그 옛날의 통통 튀던 개구쟁이 시절에, 회초리 맞을 멋스런 놈들이다.

 

이놈, 저놈, 그놈이 성장해 이분, 저분, 그분으로 자리하니 어언 세월이 훌쩍 여섯마디를 넘어섰다.

 

가장이 되었으니 누구나 나름 쌓은 공덕이 구릉 높이와 넓이는 족히 되리라. 자식도 두었으니 내 발길이 자식들에겐 가르침이요 이웃에게 베품은 본이겠다.

 

오호, 눈을 감으랴! 귀를 닫으랴!

 

어찌된 일인가? 저잣거리가 소란하다. 이분, 저분, 그분이 되어야 하건만 뭘 하셨길래 이놈, 저놈, 그놈 보다 못한 이××, 저××, 그××, 심지어 강아지가 되어 제철도 아닌 가을 낙엽처럼 거리에 나뒹구니 말이다.

 

더구나 제자 백사의 심오한(?) 물음에 스승 율곡이 명쾌히 답한 숙성한 '좌장지'와 '보장지', '씨를 들이는 연못'에다 덤벙대는 '자식을 낳는 나무가지' 같은 토속어(?)도 심심찮게 귀를 때리지 않는가?

 

에라, 그럴바엔 청춘의 '마른 나무가지'이라도 활활 타올라라. 출산율이라도 높아지도록… 수백조를 들어부어도 해결 못하는 내 나라의 절대과제가 아닌가? '그놈'의 마른 나무가지에서 솟는 잎새 하나가 나라를 살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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