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간밤에 그토록 가고 싶던 '차마고도'에 순례자들을 따라 너댓시간이나 '오체투지'한 탓에 티벳 고원의 깊은 기운에 취해 오전에 달디단 잠에 들었다. 창가에 봄볕이 졸고 있는 오후 나절이다.
경기도 이고을 저고을 고을 수령이셨더라. 구순 연세에도 등산을 하시고, 모임체에 정신적 기둥이신 원로(별호 지사)께서 카톡방에 올린 동영상-관중석과 거리로 저돌적인 종횡무진의 투우의 모습과 하단 표제인 "이런 소를 국회로 보내자"-이 한여름 열기에 시원한 한바탕 소낙비에 비견하려. 몇번을 홀딱하니 젊잖은 오체에 푸릇푸릇 차오르는 생명력이 씩씩하다.
한때 서점가에 유명세를 떨친 오도다께 히로타다의 <오체불만족>[훗날 '오체만족'의 오명을 달음]을 읽고난 후에 두 다리, 두 팔, 머리의 건강한 오체에 감사했었다. 봄날이다. 사방에 피어나는 생명체의 본연의 제모습이다.
'오체투지' 낯이 설던 어구였다. 다섯마디쯤 날들에 내곁에 가까이 누운 계기는 젊은날에 늘상 꼿꼿한 허리로 머리로 세상을 떠받치느라 온세포가 피로한 탓이려나. 돌아보니 '신체발부수지부모'이라 건강한 오체를 낳아주신 부모님 은혜가 가이 없건만 마른 들판에 그간 나홀로 외쳤더라. 언제 한번 대자연에 안겨 몸으로 울어 볼 날을 고대하는 까닭에 '차마고도'로 수차례나 상상여행을 떠나곤 한다.
두 눈으로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두 귀로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한치 코로 향기 맡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한입으로 한마디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한몸으로 기운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온갖 것 어울린 한뜻이 우주에 닿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