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그리고 손길-홀릭큐브54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세상은 하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시작이 있으되 시작이 없다는 말처럼,
그 하나는 늘 우리 앞에 있으면서도 붙잡히지 않는다.
천부경은 이를 숫자로 접어 말했고,
도덕경은 이름 붙일 수 없는 흐름이라 했다.
붙잡으려 하면 사라지고,
내려놓으면 비로소 드러나는 것.
반야심경은
있음과 없음이 다르지 않다 말하며,
주역은
세상이 끊임없이 바뀌는 자리라 일러준다.
그 사이에서 인간은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성리학은
흔들림 속에서도 지켜야 할 이치를 말한다.
그런데 또 다른 길이 있다.
성경은 말한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고,
그 말씀으로 세상이 지어졌다고.
여기서 하나는
단순한 원리가 아니라
의지이며 관계다.
창조는 우연이 아니라 사랑에서 비롯되었고,
인간은 그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문득 아이의 손에 들린 큐브를 본다.
맞추고, 흐트러뜨리고, 다시 돌린다.
그 모습은 이상하게도
이 모든 이야기를 닮아 있다.
질서와 혼돈이 교차하고,
흐름과 선택이 겹쳐지며,
보이지 않는 규칙이 결과를 만든다.
어떤 이는 그것을 ‘도’라 하고,
어떤 이는 ‘공’이라 하며,
어떤 이는 ‘이’라 부르고,
또 어떤 이는 ‘말씀’이라 부른다.
이름은 다르되
향하는 곳은 닮아 있다.
세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간은 그 안에서 선택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래서일까.
우리는 완벽한 배열을 만들기보다
어떤 손길로 돌리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하나에서 시작된 이 세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작은 선택.
그 사이 어딘가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