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그 안에 숨은 우주의 질서 – 홀릭큐브 24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대중가요를 듣는다.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움직이고, 기억이 따라온다. 그저 감정의 파편일까.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세계를 인식하는 구조가 담겨 있다.
나는 이를 ‘홀릭큐브’라는 이름으로 불러왔다.
점에서 시작해 선으로 이어지고, 면을 이루어 입체와 순환으로 확장되는 삶의 구조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질서가 이미 우리의 노래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는 사실이다.
나훈아의 「테스형!]에서 “세상이 왜 이래”라고 묻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세계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질문은 모든 시작이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비어 있음 속의 충만을 노래한다. 그리움과 한은 결핍이 아니라, 내면을 채우는 힘이다.
장윤정의 「어머나]에 이르면
타인과의 만남 속에서 관계가 생성되고, 세계는 비로소 확장된다.
진성의 「안동역에서]는 흐름을 말한다.
기다림과 시간은 삶을 흘러가게 하고, 그 속에서 감정은 깊어진다.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는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박상철의 「무조건」은 반복의 힘을 보여준다.
되풀이되는 리듬 속에서 삶은 질서를 얻고 앞으로 나아간다.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는
관계의 경계와 긴장을 드러낸다. 밀고 당기는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배운다.
디셈버의 「사랑 참」은 닫힘의 깊이다.
외부가 사라진 자리에서, 세계는 오히려 더 깊어지고 내면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조용필의 「꿈」에 이르면
끝은 끝이 아니다. 지는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순환, 그것이 삶이다.
이처럼 대중가요는 단순한 유행의 산물이 아니다.
그 안에는 인식, 관계, 흐름, 균형, 반복, 경계, 내면, 순환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질서가 담겨 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노래를 부르며, 흥얼거리며, 그 구조를 몸으로 살아내고 있었다는 것을.
대중가요는 귀로 듣는 감정이 아니라
삶의 원리를 체험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그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우리 자신과 세계의 구조를 다시 만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