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이 피었네-천변 기행22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안녕하세요.
사전에 공지된 일요일 오후, 병점역 동문굿모닝힐 아파트 주변을 함께 청소하는 날이다.
쓸쓸한 날씨에도 30여 명의 이웃들이 마음을 모았다.
건설교통부 선정 아파트 관리 최우수상의 영예에 어울리게, 부지런한 단지 대표와 각 동 대표, 운영위원, 학생들과 입주민들이 함께 손을 보탠다.
자원봉사라서일까.
몸을 움직일수록 마음이 환해진다.
내 몸을 움직여 피어나는 마음꽃이, 봄꽃보다 더 아름답다.
천변에 흩어진 쓰레기들도 참으로 다양하다.
어느 님이 버리셨을까.
조개껍질이 수북한 걸 보니, 한때는 풍성한 식탁의 흔적이었겠다.
어느 님이 태우셨을까.
심심초 꽁초들이 벤치 아래 흐트러져 있다.
주식값이 떨어져 한숨을 쉬며 피웠을까,
아파트 관리비가 올라 걱정스러운 마음이었을까.
듬성듬성 종이컵과 우유팩, 녹슨 깡통도 눈에 띈다.
제 역할을 다하고 나서, 주인의 손길에서 조용히 떨어져 나온 것들일 터이다.
팔랑팔랑 뛰노는 아이들이 봄을 부르니,
담장 아래 매화 한 그루가 눈길에 봄을 달아맨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며
내 마음에도 어느새 앞질러 온 봄의 생기.
문득 한 폭의 수채화를 떠올리게 한다.
아파트 입구에 놓인 심심초 꽁초통.
가득 찬 그 양만큼 한숨이었을까,
아니면 잠깐의 환희였을까.
이곳은 시립현충공원을 마주한 자리.
혹여 나라 위해 몸 바친 영령들을 기리며 피운 담배였을까.
아니면 희뿌연 내일을 향한 근심이었을까.
줄담배를 피우던 젊은 날,
문득 내 모습도 몽글몽글 떠오른다.
아, 옛날이여.
심신을 어루만지는 산책길이 아파트 곁에 있으니
이 아니 큰 복인가.
사랑이라 누가 말했나.
모퉁이를 돌아 담장 위로 올라선 봄기운,
내 마음만 기쁜 것이랴.
청둥오리가 노니는 그림 같은 천변 곁,
동문굿모닝힐.
오늘에야 비로소
대동단결의 ‘굿 애프터눈 힐’의 멋을 맛본다.
오시라, 봄이시여.
그대를 맞는 설렘의 손길에
마음꽃은 젊은 핑크빛으로 피어난다.
웃음꽃들이
양산봉과 꽃뫼를 감아 도는 황구지천 변
동문 언덕에 벙글벙글 피어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