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 마루 북소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구요 금일도 상봉에 님을 만나 보겠네...’
호새: 몽금포타령이네요?
돈키: 국악 한마당 노래소리야. 흥이 솟드만...
호새: 남도민요, 서도민요, 경기민요… 차이가 있나 봐요?
돈키: 어찌 알겠어. 그저 아는 게 황해도와 평안지방에 불리는 노래를 서도민요라 하는 정도지. 이즘 민요소리가 차즘 줄어드는 것 같아. 지방의 소리결이 민요야. '아리랑' 가락이 우리네 정서이 듯 이어가야해. 내도 민요18번이 있어야 겠어.
호새: 황해도 바다뜰 장산곶과 백령도 사이에 인당수는 심청이가 퐁당한 “효행” 콘테스트 해상 다이빙 장소로 유명한 곳 이잖아요?
돈키: 시쳇말로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이라 해야겠지.
호새: 이즘에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돈키: 사람사는 세상에 그 보다 더한 일이 없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살펴봐. 심봉사, 곽씨부인, 뺑덕어멈, 안씨부인, 선주, 용왕, 그리고 주인공 심청이가 끌어가는 스토리 말이야. 세상살이 예나 지금이나 같지 않아. 세상일은 행하는 자, 박수치는 자, 평가하는 자가 잘 어울려야 그 울림 자연스레 후세에 전해지는 거야
호새: 발효된 김장맛이란 거네요. 허지만 심봉사가 뭘 그리 구질구질하게 살았대요? 확 끝내야지요?
돈키: 뭘 끝내! 인명재천이야 그리할순 없지.
호새: 이즘에 가당키나 한일이에요? 제 애비에미가 쩐 없어봐요 거들떠보기나 하나…
돈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신분상승마저 가져왔어. 이즘도 연구해 볼 만한 대목이야.
호새: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에 ‘풍덩’으로 세상을 놀래켰으니 물질만능인 이즘과 비교하면 어떨라나요?
돈키: 의미있는 건 누군가와의 만남이지. 망가지고 일어서는 만남이니 사랑이고 창조의 세계야. 위대한 발자취엔 대개 만남이 필연이었거든.
호새: 날개 돋워 장산곶에 왔으니 장산곶 매처럼 날아 만나 볼까요? 봉산에 가서 사자춤추며 만날까요.
돈키: 빙빙 돌다 먹이를 나꿔 채는 매의 눈을 따를 수 있겠어? 백수의 제왕 사자의 호기를 부릴 수 있겠어? '장길산' 무대인 재인 마을이나 들러 보자구.
호새: 황해도! 바다에 연한 지리적 위치에다 고려시대 역사적 의미도 있고 신의주로 이은 요충지네요.
돈키: 황주, 해주, 사리원, 연백, 장단, 재령, 구월산...귀에 익은 지명이야. 고려시대 470여년 가까이 도성인 개성을 에워싼 역사지인 만큼 엊그제 일처럼 영화를 드리운 지역이야.
호새: 경기지역에 어울린 황해도 천년의 역사를 담은 지방이네요.
돈키: 6.25동란이1,950년 일어났으니 그 이전 출생한 분들이 생존하셔. 어린시절 기억이 생생해 철울 너머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거야. 동란 후 내가 사는 화성지역에도 월남한 황해도분들이 모여 사셨어. 그분들에겐 개울 건너 웃동네 애기일 거야.
돈키: 한때 개성공단이 그 추억을 돋웠어.
호새: 개성공단에 투자한 분들은 어때요?
돈키: 글쎄다...
호새: '하여가'나 '단심가'나 흘러간 노래인데... 살다보니 통수를 조심해야 하는지 칡넝쿨을 얽어야는지 도통 알 수 없네요.
돈키: 천리길이야. 올해가 소의 해야. 한걸음만 보태면 되는 거야. 세상은 알게 모르게 변하고 있거든.
시나브로 밝아진다고나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