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98>―개성에서

  • 등록 2025.11.19 22:21:04
크게보기

고려왕도


고려왕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개성! 반천년 고구려의 뒤를 이은 고려의 왕도였지.

 

호새: 서울서 한 시간이면 가는 거리네요.

 

돈키: 호랑이, 에비, 순사보다 무서운 게 인간 욕심이야. 이념이니 뭐니—오감 다 잃고 70년이나 흘렀다니까.

 

호새: 개경은 고려 왕도(송도). 서경·남경·동경과 어울리던 영토의 중심이겠네요?

 

돈키: 고려 474년, 조선 518년… 도합 천 년 왕조의 한 축이었는데 아직도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지.

 

호새: 후삼국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10세기~14세기, 연구거리 많겠습니다.

 

돈키: 제도 말고도 종이·활자·천문·금·은·화약·나전칠기… 바닷길 무역에 실어 나르던 고려잖아. 상감청자는 그 시절의 ‘반도체 기술’급이었지.

 

호새: 그 융성의 원천은요?

 

돈키: 한마디로 개방성! 조선의 사농공상과 달리 고려는 상공업이 활발했다구. 벽란도는 송·거란·서남아시아·유구까지 드나드는 국제무역항. 악기·상아·향료 사오고, 종이·금·은 팔고… 지금 치면 반도체·자동차·선박·K-뷰티쯤?

 

호새: 항구는 돈 돌고 사랑도 돌고… 로맨스의 무대죠?

 

돈키: 그럼! 16세기 베니스의 ‘베니스 상인’처럼, 고려엔 ‘벽란도 상인’이 있었지. ‘쌍화점’의 “회회아비 내 손목 쥐어 이다”—이게 바로 아랍 무역상 버전 로맨스! 어쩌면 그 기록이 아랍에도 남았을 걸? 이즘 복고 바람 불어 항구가 흥하고,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부르고, ‘쌍화점’ 영화도 나오고 말이야.

 

호새: 송도삼절! 황진이를 빼먹을 수 없죠?

 

돈키: 아이고, 양반들 휘어잡고 놀던 그 풍류! 서화담·이사종·벽계수·지족선사… 치마폭 안에 온 세상 넣었지. 지금이라면 SNS 셀럽감이야. 한 번 꿈속에서 만나 시 한 수 지어볼까? 벽란도 달빛에 명월이나 떠올리시게.

 

호새: 누가 꿈길 가다 낙마했죠. 얼른 현실로 돌아오세요.

 

호새: ‘왕건’ 드라마 보셨어요?
돈키: 봤지.
호새: 어떻던가요?
돈키: 재미났지! 궁예가 화살을 쏘고 왕건이 뽑는 장면—그거 흥망성쇠의 메타포라니까. 세종은 나라를 열고 대원군은 닫고… 역사는 열고 닫고의 반복이라네.

 

돈키: 개성만두가 왜 유명하냐면, 만두는 터져야 마침내 제맛이야. 속 채우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옛날 개성상인들도 한몫했지. 지구촌이 시장이라고, 뭐든 채워 넣어야 터지든 흥하든 할 거 아냐.

 

호새: 만두국 드시려면 허리 펴요. 선죽교 건너다 뒤통수 맞지 말고요.

 

돈키: ‘단심가’ ‘하여가’에 만두 속까지 터지는구먼!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로 432, 2층 202호(평동)| 대표전화 : 010-2023-1676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경순 등록번호 : 경기, 아 52599 | 등록일 : 2020.07.09 | 발행인 : 김경순 | 편집인 : 홍순권 포에버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revernews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