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띄우는 편지478

  • 등록 2026.04.18 11: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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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상처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주말 아침, 창밖 풍경이 유난히 맑다. 햇살에 부서지는 빛결 위로 ‘상처’라는 노랫말 하나가 잔물결처럼 번져온다. 그 말의 울림이, 오래된 기억의 결을 건드린다.

 

살아오는 동안 몸은 숱한 생채기를 견뎌왔다. 가시덩굴에 긁히고, 넘어져 무릎과 얼굴에 남았던 자국들. 그때의 아픔은 사라졌으되, 흔적은 어느새 기억으로 굳어 있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고, 다만 다른 이름으로 남는다.

 

선산 자락에서 유실수를 전지하던 날, 잘려나간 가지의 자리를 오래 바라보았다. 곧게 뻗은 생장을 끊어낸 자리에는 두툼한 살이 돋아나 있었다. 상처는 닫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결로 조직되고 있었다. 버려낸 만큼, 나무는 더 균형 잡힌 형상으로 서 있었다.

 

지난 장마에 패였던 황구지천 물길 또한 그러하다. 무너진 천변 위로 풀꽃이 다시 자라고, 바람은 그 위를 스치며 흐름을 되돌린다. 자연은 상처를 지우지 않는다. 그 위에 시간을 겹쳐 또 하나의 질서를 만든다.

 

몸의 상처는 세월 속에 흐릿해지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마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마저 나를 이루는 결이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상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꾼다. 잘린 자리마다 생명은 방향을 달리하고, 그 흔적은 저마다의 고유한 무늬가 된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은 완전함에 있지 않다. 지나온 시간, 견뎌낸 흔적, 그 상처의 결 속에 깃든다. 살아있다는 것은 곧 상처를 통과해 있다는 뜻이며,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온전한 형상이다.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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