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 스케치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홀릭 큐브 해례>의 마침표만을 남긴 채
[문학과 비평] 문인들의 잔치가 열리는
화성박물관 강당으로 향한다.
봄이 먼저 와 있었다.
매화와 앵두, 개나리와 목련이
저마다의 빛으로 피어나
마치 봄처녀의 미소처럼
마음을 스쳐간다.
산자락과 서호, 수원천변에는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도시는 조용히 들떠 있다.
지난 한 해,
천둥과 번개를 지나
서리 맞은 마음들이
겨우내 발효되어
오늘, 비로소 세상에 놓인다.
대상, 작가상, 신인상…
이름은 다르나
모두 한 계절을 통과한
삶의 결실들이다.
박씨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 <흥부전>
풍차를 향해 돌진하던 꿈, <돈키호테>
청새치와 맞섰던 의지, <노인과 바다>
성냥불 속에 담긴 온기, <성냥팔이 소녀>
별과 우주를 향한 시선, <코스모스>
…..
우리 눈.귀에 익은 이야기다.
그 모든 이야기들은
인간의 도리와 용기,
양심과 존재의 의미를
조용히 일깨운다.
글은 결국
내 안의 나를
오래 공들여 담금질한
하나의 보석이다.
작게는 나를 밝히고
이웃으로 번져
마침내는 지구촌의 심장과
어딘가에서 공명할 것이다.
바야흐로 AI의 시대,
편리함 속에서 사람의 온기가 옅어지는 순간에도
글은 여전히
사람의 숨결을 지키는 마지막 언어로 남는다.
해마다 불어오는 봄바람,
내 할머니와 어머니도 맞았을 그 계절 속에서
나는 다시 한 줄의 문장을 세운다.
꽃향기에 젖은 밤,
창 너머로 이어지는 자동차 불빛들—
그 흐름 위에 떠 있는 푸른 점, 지구.
어느 시인의 시집 『심장』처럼
그 심장은 지금도
봄밤 어딘가에서 조용히 뛰고 있다.
글쓰기는
나를 연단하며
치열하게 살아낸
삶의 향기를 남기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