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릭큐브, 봄을 만지다-홀릭큐브11
시인·우호태
겨울이 물러난 자리마다
조용히 숨이 돌아오고
얼어 있던 땅속에서
이름 없는 것들이
하나둘 고개를 든다
홀릭큐브여,
너의 작은 구멍들 속으로
봄빛이 스며든다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피어날 자리를 품고 있는
따뜻한 틈
열두 개의 숨결은
열두 번의 계절을 불러
먼저 핀 매화의 떨림과
노란 개나리의 웃음과
목련의 하얀 침묵까지
가만히 이어 놓는다
모서리마다 흐르는 선들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살며시 기대어
가지가 바람을 배우듯
물길이 낮은 곳을 찾듯
그렇게 이어진다
작은 핀 하나에도
인연이 깃들어
꽃과 벌이 만나고
바람이 씨앗을 안고
어디론가 흘러간다
어지러워 보이던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는 순간
비로소 알게 된다
봄은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계절이 아니라
이미 그 자리에 있던
나를,
세상을,
조용히 밝혀주는 시간이라는 것을
홀릭큐브여,
너를 손에 쥐는 일은
작은 우주를 만지며
내 안의 봄을 깨우는
한 번의 숨 같은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