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89>–빛고을 광주

  • 등록 2025.11.12 06: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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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빛이야


너도나도 빛이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광주, 이름 참 곱네요. 빛고을이라니요.
돈키: 그래, 그 말이 뜻깊지. ‘빛’이라 하면 단순한 광명만이 아니지, 사람의 마음과 세상의 길을 밝히는 힘이잖아. 무등산도 있고, 의미가 깊은 고장이야.
호새: 무등산 하면 ‘무등산 수박!’이 떠오르네요. 요즘은 고창 수박이 더 뜬다던데요?
돈키: 하하, 그럴지도. 그래도 무등산 이름값은 여전하지. 잠시 후, 이곳 지인들과 점심 약속이 있으니 얘기를 들어봐야겠어. –휘릭

(잠시 후)

돈키: 서석봉까지는 힘들더라도 중머리재쯤은 올라봐야지.
호새: 무등산이라면 정상이나 중턱이나 다 ‘무등’이잖아요. 굳이 꼭대기까지 안 가도, 바람재나 토끼등까지만 올라요.
돈키: 그 말도 옳지만, ‘무등(無等)’이라 해서 모두 같을 수는 없지. 때론 나아감에 높낮이가 있어야 등급이 생기고, 발전이 있잖아?
호새: 그런데 평준화란 게 너나 나나 같은 세상, 평등하면 좋은 거잖아요.
돈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생각과 행실도 달라야지. 모두 같다면 세상은 멈추고 말 거야.
호새: 저기 두 분이 쉬고 계시네요. 물어볼까요?

어른1: 어디서 왔소? 무등산 맛을 보려면 중머리재까지는 올라야지. 나는 나주사람인데, 고향이 수몰돼 이곳에 터 잡은 지 오래요. 이젠 무등산이 내 고향이지.
어른2: 나는 남평 출신이요. 이 사람하고 띠동갑인데, 친구처럼 지내지. 세월이란 게 잠깐이야. 젊을 때 하고 싶은 건 미루지 말고 하시오.
돈키: 두 분 얼굴이 참 평안해 보이십니다.
어른2: 그저저냥 사는 거지요. 그래도 산바람 맞으며 웃다 보면 얼굴이 밝아져요. 신명나게 사시구랴! –휘릭

(잠시 후, 교육맨 등장)

교육맨: 함평 들렀다 오는 길인데, 무등산 간다더니 어땠어?
돈키: 산장에서 올라 바람재, 토끼등 거쳐 증심사로 내려왔어. 예전에 상무대 OBC 교육 때 무등산 오른 기억이 나서, 그 길을 생각하며 뛰었지.
교육맨: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무대를 거친 장교들이 많았잖아. 대한민국 국토방위의 요람이 바로 광주였던 셈이지.
돈키: 맞아. 유격훈련 중 ‘도피 및 탈출’ 코스에서 조교들한테 잡혀서, 나무기둥에 거꾸로 매달리어 발바닥 ‘마사지’ 받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아마 그때의 강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나 싶어.

돈키: 그런데 왜 ‘빛고을’이라 불릴까?
보건맨: 여러 설이 있지만, 조명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것도 한몫했어.도시의 이름이 이미지로 자리잡은 거야.
돈키: 그렇군. 그래도 ‘빛’이라 함은 단순한 전등 불빛이 아니지. 무등산이 품은 밝음, 어머니 품 같은 따스함, 그런 게 아닐까. ‘빛이 있으라’던 창세기의 구절처럼, 세상에 생명을 틔우는 기운 말이야. 이 고을이 등대처럼 세상을 밝혀주길 바라야지.
교육맨: 맞아. 그게 꼭 광주만의 일은 아니지만, 자치시대의 상징으로 ‘빛고을’ 이름값은 충분하지.
돈키: 생각해보면, 상무대 위관장교들이 어깨와 모자에 달았던 5만촉광 다이아몬드 계급장도 우연은 아닐 거야. 그 빛이 이도시 정신과 닮았지.

교육맨: 호남지방을 예로부터 ‘의향(義鄕)’이라 불렀지. 광주학생운동, 민주화운동, 예술과 문학까지, 이웃의 경계를 넘어선 빛을 낸 고장이야.
돈키: 신병 시절 광주 상무대에서 봤던 그 눈부신 아침이 떠오르네. 벌써 35년이 흘렀구나. 그 빛은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 있지.

호새: 무등산 서석대에 비치는 햇살은 지금도 고요하고 찬란하겠네요.
교육맨: 햇빛은 무등이니, 이 창밖에도 그대로 비치잖아.
돈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곧 빛이야. 변함없고, 꺼지지 않는 그 빛 말이지.
보건맨: 그렇지. 생명으로 태어난 우리 모두가 스스로 빛이라면, 너도나도 이미 빛인거야.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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