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운 시인의 「가난한 날의 행복」을 떠올리며

  • 등록 2025.10.18 12: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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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운 시인의 「가난한 날의 행복」을 떠올리며
글 | 송용호

가난한 신혼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실직 중이었고, 아내는 돈을 벌기 위해 매일같이 출근했다.
집안에는 쌀 한 톨 남지 않아, 남편은 아침마다 굶은 채 하루를 보냈다.

어느 날, 그는 간신히 쌀 한 줌을 구했다.
퇴근할 아내를 위해 정성껏 밥을 짓고,
갓 지은 따뜻한 쌀밥 한 그릇에 간장 한 종지를 놓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미안한 마음에 남편은 쪽지 한 장을 남겼다.

> “왕후의 밥, 걸인의 찬.”

그리고는 조용히 집을 나섰다.

이 장면은 김소운 시인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때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던 글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문구가 요즘 들어 자주 떠오른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의 풍요 속에 산다.
돈이 행복의 기준이 되고,
경제적 능력이 삶의 가치를 재는 잣대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그러나 그 끝에서 얻는 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
텅 빈 마음 하나일 때가 많다.

선한 이들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고,
사회는 갈라지고 있다.
인간관계의 질서는 오래전에 무너졌고,
이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헷갈린다.

이럴 때일수록 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다.

비록 가진 것이 적더라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속에 진정한 풍요가 깃든다.

따뜻한 말 한마디,
서로를 위한 작은 배려,
그것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 속,
그 작은 순간들 속에 있다.


이제 나이 육십 중반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이미 노인이 되었을 나이지만,
지금은 여전히 청춘의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세월은 흘러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때 그 시절의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 남아 있다.

이제는 왕후의 밥은 보기 어렵고,
왕후의 찬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마음의 풍요는 오히려 더 가난해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행복이란,
갓 지은 따뜻한 밥 한 그릇처럼
소박한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마음의 향기라는 것을.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마음 안에 있다.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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