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65>–부여

  • 등록 2025.10.16 09:21:27
크게보기

백제의 발자국- 정림사지


백제의 발자국- 정림사지
시인/영황배우 우호태

이른 아침, 부여로 향하는 길. 박찬호 야구장에서 출발하며 돈키가 투수폼을 잡는다.
“자, 간다~ 휘익!” 고대 왕도 백제의 심장, 부여로.

김기자: “백제의 왕도를 유람한다니 흥미롭네요.”

성박사: “금강 따라 부여로 가는 길, 수변 풍경이 정말 장관이야. 백제는 패망의 역사 탓에 남은 유적이 많지 않아. 정림사지엔 5층석탑 하나뿐이지. 다행히 무령왕릉이 발굴되어, 그 찬란했던 문화를 엿볼 수 있게 되었어.”

정림사지는 사비시대 왕성의 중심 사찰이었다. 세계문화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 로 등재된 이곳은, 5층 석탑만이 남아 옛 영광과 상처를 함께 설명한다.

돈키: “백강 전투 후,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탑에 남긴 ‘대당평백제국비명’이 있잖아. 그 글귀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 텅 빈 절터가 오히려 그 시대를 생생히 회상하게 하네.”


김기자: “서동요’의 무왕이 만든 궁남지도 사비의 절정기 작품이라네요. 선화공주와 마망태(서동)는 안 보이지만요.”


성박사: “그게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이야. 백제의 축조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보여주지.  사계절 연꽃과 국화가 아름다워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아와. 부여는 백제·왜 연합군이 나·당연합군에 패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무대이기도 해. 그래서 일본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오기도 하지.”


돈키: “백제가 어쩌면 왜의 문화적 고향일지도 모르겠어. 백제로부터 불교와 학문, 오경박사들이 전해졌지. 그리고 사비성이 함락되자 왜국은 백강전투에 수만 명을 파견했잖아. 그만큼 두 나라의 관계는 깊었다잖아.”


성박사: “그래도 이곳은 패자만의 무대가 아니야. 백제문화단지도 조성되어 고대 해양국 백제의 발자취를 살필 수 있지. 능산리 고분군에 앞서 부소산성으로 가보자.”


그는 덧붙인다. “백제는 율령을 갖춰 체계를 세운 나라야. 한성에서 웅진, 다시 사비로 천도하며
근초고왕, 겸익, 왕인, 오경박사 같은 인물들이 문화의 꽃을 피웠지. 비록 사료는 많지 않지만, 그 정신은 남아 있어.”


정림사지 해설사가 말을 잇는다.
“백제문화를 한마디로 하면 ‘검이불누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입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죠. 정림사지 5층석탑은 그 미학의 상징입니다. 지금은 패망의 비명이 담긴 돌탑 하나가 그 시대를 대신할 뿐이죠.”


돈키: “삼천궁녀의 전설도 결국은 의자왕의 무능을 강조하려 꾸민 이야기일지 몰라. ‘삼천’은 불교적 상징이나, 생활어로는 단지 ‘많다’는 뜻이 있거든.”


해설사: “멀리서 오셨으니 고란초 약수를 꼭 마셔보세요. 한 모금 마시면 3년씩 젊어진다 전해요.”


김기자: “전국민이 마시면 초고령사회 걱정은 끝나겠네요.”


돈키: “하하, 그럴지도. 아이들 웃음소리까지 들으니 세월이 멈춘 듯해.”


호새: “주인님, 약수 너무 많이 드셨죠? 이제 아이들이랑 친구 되겠어요.” 고란사 뒤켠, 백화정자에 서니 백마강이 유유히 흐른다. 고란사 종소리와 아이들 웃음이 섞여 들려온다.


돈키: “삼충사에 모신 성충·흥수의 충언, 황산벌 계백의 분전이 백마강물 속에 잠겨 흘러간다.”


김기자: “백강전투는 단순한 패망이 아니라, 당·신라·왜가 얽힌 동북아 국제 해전이었죠.”


돈키: “맞아. 백제의 멸망, 이어진 고구려의 몰락…
그리고 왜는 일본으로 변신했지. 고대 동아시아의 판도가 그때 바뀐 거야.”


성박사: “부여는 지금도 왕도라 건축 제한이 있어.
고대 왕도의 품격을 유지하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


돈키: “그 품격이 바로 국격이지. 세종시에도 본받을 만한 정신이야.”


성박사: “이제 점심 때야. 구드래 돌쌈밥 먹으러 가자.”


백제의 바람이 스쳐가는 부여의 거리를 뒤로하며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로 432, 2층 202호(평동)| 대표전화 : 010-2023-1676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경순 등록번호 : 경기, 아 52599 | 등록일 : 2020.07.09 | 발행인 : 김경순 | 편집인 : 홍순권 포에버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revernews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