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소나타62>– 충주.단양

  • 등록 2025.10.12 13: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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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의 쌍무지개


중원의 쌍무지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고대 왕국 제왕들의 발길이 닿았던 중원, 오늘의 충주(忠州)와 선인들의 숨결이 서린 단양(丹陽)을 찾아가 보려 해.”

신방구리: “온달산성, 장미산성, 충주 고구려비, 단양 적성비, 충주 탑평리 7층석탑(중앙탑), 박물관, 탄금대(彈琴臺), 단양팔경… 들를 곳이 참 많네요.”

돈키: “우선 국보들부터 봐야지. 고구려의 위세를 보여주는 충주 고구려비, 통일신라의 치세를 엿볼 수 있는 중앙탑, 그리고 고려 말 보각국사탑까지 둘러볼 거야.”

모마시지: “중원경이라면 지리적으로 나라의 한가운데란 뜻이네”

돈키: “맞아. 시대마다 부르던 이름은 달랐지만 통일신라 때 ‘중원경’이라 불렀으니, 그 중심의 뜻이 이어진 셈이지.”

신방구리: “그런데 왜 백제, 고구려, 신라가 그 땅을 두고 그토록 다퉜을까요?”

돈키: “해설사 말씀으론 충주 일대가 철의 고장이라 했어. 일본 ‘칠지도(七支刀)’도 이곳의 철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 옛말에 ‘철을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 했잖아.”

모마시지: “그렇다면 비문 하나에도 엄청난 의미가 담겼겠어.”

돈키: “그렇지. 금석문은 역사의 기초사료야. 호랑이나 곰이 영역을 표시하듯, 승패의 흔적을 새겨 나라의 경계를 세운 거지. 고구려 광개토대왕비, 신라 진흥왕순수비, 단양 적성비에서부터 최근의 유엔참전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적비들이 역사를 말해 주잖아.
역사는 과거에 뿌리 두고 현재를 거쳐 미래를 낳는 법이야. 지금의 잣대로만 과거를 재단하면 오해를 낳지. 그래서 ‘사(史)’ 자도 본디 중심을 잡는다는 뜻이야.”

신방구리: “누암리와 하구암리 고분군을 합치면 무려 그 수가 1,000기나 된다죠?”

돈키: “맞아. 해설사 말로는 통일신라가 충주를 ‘중원경’, 곧 부도(副都)로 삼으면서 귀족들을 이주시켰다더군. 고대엔 흔한 일이야. 탄금대의 악성 우륵(于勒)도 대가야 출신이었으니 그 예라 할 수 있을거야.”

모마시지: “그때 가야금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솔숲과 강물 위로 퍼지는 선율에 향수가 담겼겠어. 백제, 고구려, 가야, 통일신라, 고려, 조선… 모든 시대의 흔적이 이곳에 스며 있네.”

신방구리: “그뿐인가요. 해설사 윤 선생님 말씀처럼 ‘영남과 연결되는 육로요, 달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수륙 교통의 중심지’하던데요. 구석기 시대부터 근세까지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이 가득하대요.
임진왜란 때도 신립 장군이 팔천 군사를 이끌고 배수진을 친 곳도 바로 이 충주였잖아요.”

모마시지: “박달도령과 금봉이의 사랑 이야기 서린 천등산 박달재도 넘고 싶네. 단양팔경도 들를 거지?”

돈키: “그중 사인암(舍人巖)을 꼭 보려 해. 고려의 학자 우탁(禹倬) 선생의 자취가 남아 있지. 고려 말 지부상소(持斧上疏)로 바른 소리를 올린 분, 성리학의 종조라 불리는 분이거든. 퇴계 이황 선생도 그를 스승으로 삼았다더군.
‘탄로가(歎老歌)’로 익숙하잖아? 마땅히 후손으로서 그 기상을 닮고 싶어 사인암을 찾아가려는 거야.
왕에게 간언한 율곡의 ‘만언소’, 남명의 ‘단성소’, 그리고 조선의 조헌·윤지완·최익현으로 이어진 충절의 맥… 그 출발점이 바로 이런 기개였지.”

신방구리: “충주와 단양에 깃든 역사와 자연이 한눈에 펼쳐지네요. 지질의 나이테, 고대의 발자취, 선비의 기개, 남한강의 물결, 팔천군사의 결전지, 그리고 충주호의 품… 어제와 오늘이 포개져 보여요.”

돈키: “단전에 볕이 드는 단양, 뱃심이 두둑한 충주라 하지. 어머니 품같이 깊은 정이 한반도의 젖줄이 되어 흘러왔어. 중원(中原)이자 천원(泉源)이라 할까. 세상 모든 강국이 이곳처럼 중심을 차지하려는 이유인거야.”

신방구리: “용맹한 무인들이 중원을 찾듯, 세계무술대회도 충주에서 열리고 택견 전수관도 있다죠. 충주호 위에 쌍무지개가 걸리는 모습을 상상해 봐요.”

돈키: “반만년 역사의 빅데이터를 품은 코리아야. ‘다섯 바다 물을 길어 먹을 갈아라, 줄기찬 맥박 속에 뻗어가리라’ — 건국대 교가처럼, 젊은이들이 5대양 6대주에서 새로운 대한의 드라마를 써내려가겠지.”

호새: “충주사과 맛도 좋고, 백마(白馬)인 저도 이 가을에 천마(天馬)나 비마(飛馬)처럼 힘차게 살아야겠어요.”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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