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징구에게

  • 등록 2025.10.08 09: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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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징구에게

징구야,
이제 우리도 어느덧 ‘공식 노인’의 문턱 앞에 선 것 같구나.
단순히 나이 든다는 뜻만은 아닐 거야.
삶의 흔적과 무게가 마음 한구석에 내려앉는 그런 변화 말이다.

법으로 노인이라 인정받는 나이는 만 65세라지.
돌아보면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께서 농사짓던 그 시절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 나이에 다다른 내가,
문득 그분들의 자리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며
“아… 나도 그렇게 늙었구나” 싶어지는구나.

청춘의 한 복판이 바로 어제 같고,
캠퍼스에서 뛰놀던 우리 모습이 생생한데
이제 남은 시간이 10년, 20년이라는 생각이 들면
시간이란 녀석 참 야속하고 빠르다.

징구야, 세상은 많이 변했지.
우리는 부모 모시고, 자식 키우며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던 세대다.
그런데 요즘엔 노인이 병마와 친구가 되고,
아직도 자식이 돌봐야 존중받는 시대라니.

이제는 삶의 뒷날마저
국가와 사회에 기대어야 할 세상이 되었다.
스스로 버티고 책임져야 할 숙제가 하나 늘었지.

연탄불에 삼겹살 구워 놓고
소주 한 잔 기울이던 그 선배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건,
나이 들어 힘들고 버거울 때 효도받기 위해서다.”
유교적 정(情)이 살아 있던 사회에서
그 말이 얼마나 큰 짐이자 희망이었을까.

우리가 부모에게 잘해야
자식도 보고 배우고 또 우리에게 잘하리라 믿는다.
요즘 들어 그 말씀이 내 가슴 깊이 와닿는다.

징구야, 우리 세대는 참 버겁고 고된 세대다.
위로 윗세대를 떠맡고, 아래로 아랫세대를 감당하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지.

이젠 자식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노인 문제를 감당해야 할 시대다.
그러니 그 책임이 무겁고도 절실해진다.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다.
한때 꽃처럼 무성했던 숲도
결국엔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지.
자연은 봄이 오면 다시 피어나지만,
우리 인생은 다시 피지 못한 고목이 되나 보다.

겨울에 겨우 눈꽃 하나 피우는 그런 존재가 되겠지.
인생은 참으로 쓸쓸하되,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 같다.

죽(粥)이란 것도 그렇잖아.
찹쌀, 쇠고기, 야채, 깨소금…
서로 다른 재료들이 한 솥에 어우러져
구분될 수 없는 하나의 맛을 내듯,
서로 갈라지고 비판하고 싸우는 세상을
한데 끓여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징구야,
건강히 잘 지내자.
언제 얼굴 한번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끔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 되더라도
나는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한가위도 무사히 지냈지?
짙어가는 가을 향기처럼
우리 마음도 넉넉하고 후덕하게 살자.

2025년 10월  깊어가는 가을문턱에서
송용호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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