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128>-한반도종단

  • 등록 2025.12.16 09: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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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화성간 기행

 

 

부산-화성간 기행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14-5년 전의 일이다.

<화성소나타>와 <한반도횡단소나타>를 탄생시키는 데 큰 힘이 된 여정, 부산에서 병점까지 한여름에 감행한 울트라 워킹(2011.8)이었다. 도상거리로 400여 킬로미터, 어림잡아 천 리가 넘는 길이다.

 

국도를 따라 걷다 보니 주변의 역사 유적지에는 발길이 닿지 않는다. 눈길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시간이다. 

자기 담금질이라 해야 할까.

끝내 몸과 마음의 최저점에 이르렀을 때, 순결한 그 무엇, 정제된 맑디맑은 약수가 솟아나는 듯했다. 깊은 산중 옹달샘에 어린 물처럼. 그 덕분일까?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나는 종종 그때를 떠올린다.

 

“왜 걸어요?”

주변의 물음이다.

“나는 왜 걷지?”

내면에서 이는 자문이다.

 

그때는 그저 “걷는다”고 답했는지도 모르겠다.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라는 말처럼, 들은 바를 어릿하게 버무려 넘겼다. 걸으며 메모해 두었던 수첩을 잃어버린 탓에, 다시 정리해야겠단 마음만 품은 채 여러 해를 미뤄두었다.

 

걷기가 취미가 되어 이곳저곳을 걷다 보니, 누적 거리가 어느새 1,000킬로미터를 훌쩍 넘겼다. 

국토기행 <한반도소나타>에다 화성-강릉간 <한반횡단소나타>를 잇고, 이어서 부산–화성간 울트라 걷기 <한반도종단소나타>를 연재하려니 묻어둔 감정 자락이 나뭇잎처럼 나풀거리며 길을 나선다.

 

자동차를 몰고 부산으로 내려가 하룻밤 묵은 뒤, 아침부터 14-5년 전 걸었던 그길, 후배와 함께 되짚었다(2021.5). 그 짙은 여운을 다시 정리해 세상에 얼굴을 내민다― 휘릭

…………………….

 

<집을 나서는 사람들>

 

“뚜르르~”

 

전화 벨소리에 수화기를 들자,「뻬재로의 저자이자 KT총재를 모시던 유회장의 목소리가 쌩하니 달려온다.

 

빼재로: “뭐하노? 병점을 지나가는 중인데, 얼굴이나 좀 보자.”― 휘릭

 

돈키: “웬 배낭입니까?”

 

빼재로: “내 어제 여의도에서 출발했어. 한라산까지 가볼 참이다. 우선은 사천까지 걸어가려고.”

 

돈키: “이게 뭔 일입니까. 저도 오늘 부산에 내려가 걸어서 화성까지 올라올 계획인데요… 형님하고 저하고, 뭔가 통하는 게 있나봅니다.”

 

빼재로: “더 나이 들기 전에 한라산까지 걷고, 허락되면 백두산까지도 걸어볼 참이야.”

 

돈키: “대단하십니다. 밀짚모자도 멋있고요. 형님 나이에 이르면, 저도 이리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빼재로: 여정을 마치고 한번 보세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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