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53>–정동진

  • 등록 2025.10.01 06: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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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일어나, 어여 일어나. 새해 봐야지!
호새: 일출 보느라 피곤한 몸 추스르며 새벽잠 설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가을이 깊어가네요. KTX 타고 이곳까지 오니 세상 참 좋아졌어요.

돈키: 그래, 최소한 이틀 여정이 이제는 한나절 거리의 쉼터가 되었지.

호새: 인간에게는 새해가 있을지 몰라도,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는 거라 말씀하셨죠.

돈키: 그러니 푸근한 자연을 벗 삼아 마음이 뉘어져 편안한 거야. 눈부시게 떠오르는 해도 늘 그 자리에 있는데, 우리 눈에만 새롭게 보일 뿐이지. 시각을 통해 황홀한 햇살과 온몸이 젖어드는 촉감을 느끼고, 그로 인해 벅차오르는 감정을 맞이하는 거야. 영적 감각을 지닌 분들은 아침마다 어둠을 비집고 깨어나는 해의 숨소리를 듣는다고 하지.

호새: 그래서 그 깨어나는 해의 기운을 맞으려 이곳에 오는 모양이군요.
돈키: 해가 깨어나니 내 가슴에도 차오르는 그 무엇으로 내 자신도 깨어나는 거야.

호새: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정동진(正東津)이죠?

돈키: 응, 서울 중심에서 정확히 동쪽 중앙에 위치한 나루란 뜻이지. 이왕이면 청정심(淸淨心)의 표상인 바른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정동진에서 맞는 게 의미가 있지. 마음자리 근본인 상하가 교합된 '바를 정(正)'자가 붙은 정동(正東)이거든. 해맞이 장소는 ‘호미곶’이든 어디든 전국에 산재해 있지. 해야 같은 것이니 ‘내’ 장소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거야. 큰 분들은 늘 태양을 품고 다닌다잖아. 자칭타칭 태양의 자식이라 부르기도 하고.

호새: 예전에는 아이들 그림 속에 해와 달이 꼭 있었지요.

돈키: 그건 자연숭배에서 비롯된 걸 테지만, 힘찬 기상을 표현할 때나 소원을 빌 때도 해와 달이 등장하지. 정면에 마주하는 아침햇살이 우리 한반도의 생기야. 바로 정동진이지. 하늘 우러러 두 팔 벌려 대자연을 품는 거야. 백두대간의 산기운과 동해에 솟는 햇기운이 맞닿은 곳이라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잖니?

호새: 화성시 서봉산, 무봉산, 국화도, 오산시 독산에서도 해맞이하잖아요.

돈키: 그래, 우리가 사는 지역 화성(華城)! 가차하면 별나라 화성(火星)이지. 태양도 별이니까, 별나라에서 바다에 솟는 별을 보러 온 셈이야. 화성은 정서진에서 조금 비켜서지만 ‘궁평낙조’가 유명하지 않니. 옛적엔 "황금대부낙조"라 해서 "남양팔경" 중 하나였어. ‘일출과 낙조’가 짝을 이룬 셈이지.

호새: 정동진의 짝은 서동진 아니에요?
돈키: 임마! 서동진이는 강릉 사는 군대 동기야.

호새: 아, 수년 전 주인님이 화성에서 강릉까지 걸어서 한반도 횡단할 때, 강원도 옥수수로 허기 달래준 분이군요?
돈키: 그래. 그 친구뿐만 아니라 강원도 분들은 백두대간 산바람을 쐬어서인지, 아니면 동해의 넓은 바다뜰을 두어서인지 심성들이 참 밝아.

호새: 스삭스삭 백사장이나 걸어보자고요.

돈키: 좋지! 인간에게 가장 원시적인 촉감이 남아 있는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한 발바닥에 자연맛을 선사할 거야.

호새: 연인처럼 모래밭에 하트 그려볼까요?
돈키: 안개도 피어나지 않는 대낮에 ‘애마부인7’ 찍냐?

호새: 이왕 바다 왔으니 우리도 상상해보자구요. 파도소리 들리고, 갈매기 춤추는 바닷가에 햇살이 실린 바람이 가을바다 풍경으로 딱이네요. 노래 한 곡 뽑아봐요.

돈키: 그래, 잘 들어봐.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당신을 그립니다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
…〈당신의 마음 중에서

호새: 내도 불러볼께요.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
….〈얼굴 중에서

돈키: 해야,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솟아라!
정동진에서 아침 해를 보는 자, 천년 혜안을 얻으리라!

호새: “가자, 가자, 바다로 가자” 동해바다로!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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